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3.
《미스 미소우 下》
오시키리 렌스케 글·그림/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18.6.30.
기다린다. 앓는 몸이 낫는 길을 기다리고, 바람에 얹어 띄운 글월을 받는 이웃님이 반가이 여기려나 하고 기다린다. 즐겁게 지어서 선보인 책이 물결처럼 둘레로 퍼지는가 하고 기다리고, 아이들이 오늘 하루를 스스로 일구며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다린다.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끓는 밥이 다 되기를 기다리며 밥내음을 맡고, 겨우내 숨죽이는 듯하지만 어느새 잎눈이며 꽃눈을 매달고서 조금씩 봉긋거리는 나무 곁에 서서 기다린다. 오늘 익힌 살림이 몸으로 고이 스며들기를 기다리고, 내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날을 기다린다. 어릴 적부터 무엇이든 기다리면서 바라본다. 서두르거나 다그칠 수 없다. 곱게 눈을 뜨고서 기다리고, 차분히 눈을 감고서 기다린다. 《미스 미소우 下》를 읽었다. 이렇게까지 그림꽃으로 담아내는구나 싶어 놀랍고, 이만큼 사람들 가슴에 멍울이며 고름이 잔뜩 배었구나 싶어 놀라다가, 피멍울이며 피고름을 씻는 길을 제대로 들려주거나 가르치거나 나누려는 어른이나 동무나 이웃을 못 찾고 헤매기에 오늘날 이토록 어지러울 만하겠다고 느낀다. 칼을 꽂으면 이 칼은 나한테 돌아온다. 손을 내밀어 포근결을 띄우면 이 포근결은 새삼스레 바람을 타고서 우리한테 찾아온다. 언제나 이뿐이리라.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