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71


《그게 무엇이관데》

 최불암 글

 시와시학사

 1991.11.1.



  인천 중구에 ‘신포시장’이라는 오랜 저잣골목이 있고, 한켠에 ‘치킨꼬꼬’란 이름으로 튀김닭집을 꾸리는 아재가 있어요. 아재는 예전에 뱃사람 살림밥을 짓곤 했다더군요. 2020년 겨울에 ‘치킨꼬꼬’로 찾아가서 아재한테 절하며 잘 지내시느냐고 여쭈니, 언젠가 최불암 씨가 이곳에 들러 ‘인천 뱃사람이 먹던 뱃밥’을 누린 적 있다고 말씀해요. 그 얘기가 〈한국인의 밥상〉에 나왔다더군요. “최불암 씨가 어릴 적에 인천에서 살았는데 몰랐나?” “오늘 처음 들었어요.” 단골가게 아재 말씀을 듣고 나서 《그게 무엇이관데》를 찾아 읽으니 최불암 님이 해방 언저리부터 인천 창영동에서 살며 신흥국민학교를 다닌 나날이 빼곡하게 흐릅니다. 골목빛에 골목나무에 우물에 아스라한 이야기를 여느 자리에서 갈무리했어요. 글에 조금 멋을 부리긴 했지만, 지나온 삶길을 투박하게 그렸기에 1940∼50년대 인천하고 1950∼70년대 서울을 새삼스레 헤아릴 알뜰한 이야기가 되는구나 싶습니다. 굳이 ‘역사’란 이름을 안 붙여도 좋아요. ‘자취’요 ‘길’이요 ‘살림’이요 ‘삶’이면 넉넉해요. 스스로 하루를 사랑하며 보낸 아침저녁이 두고두고 이야기꽃을 피울 사랑스러운 걸음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빛나는 발자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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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opinion/choibosik/2020/12/21/BTTRU4R26BBGVJAEKR2WYQDKU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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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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