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의 집 2 - 개정증보판
야마모토 오사무 지음, 김은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山本おさむ #どんぐりの家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안 보려 했으니 안 보인다



《도토리의 집 2》

 야마모토 오사무

 김은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04.11.15.



  처음에 《사랑의 집》이란 이름으로 나온 《도토리의 집 2》(야마모토 오사무/김은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04)을 되읽었습니다. 그림꽃책을 펴내는 곳에서 《머나먼 갑자원》하고 《사랑의 집》에 이어 《천상의 현》을 잇달아 내놓은 적 있는데, 1990년대가 저물고 2000년으로 접어들 그무렵, 우리나라에서 야마모토 오사무 님 그림꽃은 썩 안 읽혔습니다. 저는 열린배움터를 진작 그만두었습니다만, 둘레에 사범대나 교대에 다니는 동생이 많았고, 배움터에서 길잡이로 일하는 또래나 벗이 많아 《사랑의 집》이며 《머나먼 갑자원》을 읽어 보라고, 또 별빛사람(장애인)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가거나 열린배움터에서 이 길을 배우는 이한테 이 그림꽃책을 알려주거나 사서 건네어도 하나같이 시큰둥했어요.


  스무 해쯤 앞서 그런 모습에 꽤 아찔했습니다. 이웃이나 둘레에서는 “굳이 왜 만화책을 봐야 하느냐?”고 되묻거나 따지더군요. “글로 적은 책만 책입니까?” 하고 말한들, “글로 적은 책 가운데 제대로 삶으로 파고들어 엮은 책은 얼마나 됩니까” 하고 물은들, ‘그림꽃(만화)’이라 하면 지레 손사래치는 숱한 길잡이(교사)라면, 배움터에 다니는 숱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가엾네 싶었어요.


  별빛사람한테서 별빛을 느끼지 못하기에 우리 삶터가 일그러지는 길로 가리라 느낍니다. 어린이한테서 참다운 얼이며 사랑을 배우지 못하기에 우리 어른들이 짓는다는 이 나라가 엉망진창이지 싶습니다.


  오늘날 숱한 ‘어른’이란 이들은 자동차를 몰기만 하는 터라, 거님길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잘 모릅니다.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거님길에 버젓이 자동차를 세워 놓고 볼일을 보는 터라, 어린이뿐 아니라 여러 어른이 걸어다니기에 얼마나 사나운지 잘 모릅니다. 길바닥에 점글판이 제대로 있는 데는 없다시피 합니다. 전철을 타고내리는 사람들 가운데 점글판을 디디지 않도록 걸음결을 살피는 이도 없다시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에서 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거나 섞이면서 삶을 노래하는 길은 꽉 막히다시피 합니다. 여느 때에 별빛사람을 마주하지 않으니 스스로 어떤 마음이요 눈빛이며 살림을 가꿀 적에 아름다운가를 모릅니다.


  여느 자리 여느 때에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리지 않으니 숱한 어른들 말씨는 딱딱하거나 거칠거나 모질기 마련입니다. ‘어른끼리 읽는 책’이더라도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이웃 어른’을 헤아린다면 구태여 일본스러운 한자말이나 갖가지 영어를 섞거나 옮김 말씨를 안 쓰겠지요. 누구나 글을 쓰는 판이 되었으나 ‘누구나 읽을 만한 글’을 쓰도록 마음이며 손길이며 눈빛을 가다듬거나 새롭게 배우는 사람은 아직 너무 적어요.


  먼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 이웃에 있으나 그저 숨죽여야 하는 목소리를 차곡차곡 담아낸 《도토리의 집》입니다. 바로 옆에 이웃이 있어요. 그저 우리 스스로 안 보려 했기에 여태 못 보았을 뿐입니다.


ㅅㄴㄹ


‘이 아이가 이해 못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이다.’ (49쪽)


“손을 잡아 주면 펜밖에 못 잡는 약한 힘으로 애써 자네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는가? 그건 반응이 아니고 뭔가! 그래도 오리에가 반응하지 앟았다고 할 텐가? 3개월에 걸쳐 오리에는 자넬 인정해 가고 있었어! 자넬 받아들이려고 했었다구! 뜨겁지 않은가? 오리에의 몸이 뜨겁지 않은가!” (72쪽)


“지면 안 돼요, 어머님. 놓지 마세요. 가케루는 당신 생명의 빛입니다. 힘내세요! 힘내세요!” (163쪽)


“난 그 애와 함께 밝게 살아가고 싶어. 무슨 일이 있는, 어떠한 경우에도 난, 그 애가 태어난 걸 축복해 주고 싶어.” (171쪽)


“못하는 것밖에 보지 못하십니까? 가케루에겐 할 수 있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많이 있다구요! 말이 안 통해도 함께 손을 잡고 걷는 게 즐겁고, 웃으며 함께 도시락을 먹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185쪽)


‘어째서 우리들은 가케루와 함께 즐길 수 없는 걸까. 귀가 안 들려서? 아니. 아니다, 아니다! 우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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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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