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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불륜 1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와이랩 / 2019년 6월
평점 :
숲노래 만화책
- 마음은 모두 마음
《위장불륜 1》
히가시무라 아키코
김주영 옮김
와이랩
2019.6.21.
《위장불륜 1》(히가시무라 아키코/김주영 옮김, 와이랩, 2019)를 읽으면서 ‘눈가림’하고 ‘바람 피우기’를 돌아봅니다.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닌데’ 하고 여기기에 다르게 가거나 꾸미거나 눈가림을 할 수 있으나, ‘우리 스스로 미처 느끼지 못한 모습’이 있어서 어느 날 문득 속모습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둘레에서 보기에 멋지거나 부럽다 할 만한 짝꿍이 있다는데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꽤 있대요. 둘레에서는 ‘저이는 아쉬울 일이 하나도 없을 텐데 왜 바람을 피울까?’ 하고 아리송하게 바라보는데, ‘막상 그곳에 있는 그이’로서는 속모습을 감추거나 눈가림을 하면서 ‘난 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고 싶었어!’ 하고 여기곤 합니다. 그래서 그이로서는 ‘둘레에서 보기에 바람 피우는 길’이 아니라 ‘이 길에 예전부터 바라던 내 속마음’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나저나 왜 눈가림을 해야 할까요. 왜 속모습을 감춰야 하나요. 둘레에서 무어라 보든 스스로 바라는 가장 즐거운 길을 갈 노릇이지 않을까요. 남이 보는 눈이 아닌 우리가 보는 기쁨으로 달려갈 길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눈치를 본다면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을 할 적에는 오직 사랑을 바라봅니다. 둘레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사랑이 아니에요. 사랑이라는 마음은 언제나 사랑으로 그득하면서 환합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를 몹시 좋아하던 히가시무라 아키코 님은 틈나는 대로 서울마실을 했다고 합니다. 《위장불륜》에 나오는 서울 골목이나 가게는 그동안 다닌 곳이라고 하는군요. 두 나라를 오가면서 삶을 누리고 아이를 돌보는 ‘아줌마 그림꽃님’은 언젠가 두 나라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로 그림꽃을 펴고 싶었다는데, 이 꿈이 “위장불륜”으로, ‘불륜 아닌 만남’이지만 겉보기로는 ‘불륜처럼 된 만남’이 흐르는 길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선보인 그림꽃을 헤아린다면 이 그림꽃도 ‘마음을 속이지 말자’는 생각을 바탕으로 ‘잘생긴 마음도 못생긴 마음도 없이 모두 우리 모습을 고이 드러내는 즐거운 마음일 뿐인걸’로 이어가리라 봅니다. 모쪼록 마지막까지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한국에선 혼자 고깃집 가서 맥주 마시면 이상하게 본다구!” “걱정도 팔자야 언니. 괜찮아, 난 여행 온 외국인이니까.” “너 또 직장 그만둬다면서?” (5쪽)
‘하지만 내 이름을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한 질문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41쪽)
‘상대가 훈남이니까 갑자기 태도가 싹 바뀌는구만. 그치만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뭐.’ (64쪽)
“일본에서는 쇼코 상처럼 예쁜 분들이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하던데, 왜 그러는 거예요? 유부녀라서?” (80쪽)
‘쓸데없는 허세에서 지가도니 거짓말 때문에 나는 처음 온 서울에서 한국 음식을 먹을 기회를 잃었다.’ (127쪽)
‘그럼 잘 됐네. 거짓말하는 게 맞았던 거야. 서른에 솔로, 게다가 구혼 활동에 지친 백수라고 말했으면 엄청 경계했을 거야. 이 사람은 잘생기고 인기도 많을 테니까. 진지하게 누군가와 사귀고 싶지 않은 거야.’ (1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