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오늘말. 잿빛종이



모름지기 종이는 나무한테서 얻으니 나무빛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일부러 하얗게 하려고 이것저것 섞고 말아요. 흰종이여도 여러 빛깔을 넣기 좋다지만, 누런종이나 잿빛종이여도 여러 빛깔을 얼마든지 넣을 만하다고 느껴요. 종이가 나무빛을 잃으면서 우리 마음을 종이에 얹는 길도 어느새 잃어버리지 싶습니다. 책을 찍으려면 종이를 더미로 씁니다. 많이 찍는다면 두어 덩이를 쓸 테지요. 오늘은 우리 곁에 종이란 모습이지만, 아름드리로 숲을 이룬 나무이던 옛모습을 가만히 그려 봅니다. 어떤 숨으로 이 별에서 빛났을까요? 어떤 숨결을 이어가면서 우리 앞길에 새롭게 이야기를 갈무리하는 종이가 되어 주었을까요? 종이에 글을 담는 붓도 나무한테서 얻어요. 붓대로 바로 그 나무입니다. 나무는 우리한테 집도 주고 땔감도 되며 여러 세간까지 되어 주지요. 더없이 너그러우면서 어진 목숨인 나무이기에 사람 곁에서 곱게 다시 태어난다고 느껴요. 하늘같은 삶이랄까요. 참한 삶길이랄까요. 종이에 글을 적으면서, 책을 손에 쥐면서, 쉬엄쉬엄 생각합니다. 둘도 없이 사랑스러울 이야기를 오늘 하루 즐거이 지으면서 글 한 줄을 기쁘게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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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종이·잿빛종이·흙종이·똥종이 ← 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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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덩어리·덩이 ← 림(ream), 연(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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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숨결·목숨·삶·삶길·앞·앞길·앞날·길·가다·둘도 없다·대단하다·놀랍다·타고나다·바로 그·곱게 ← 운명(運命), 운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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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럽다·넓다·어질다·참하다·느긋하다·쉬엄쉬엄·배짱좋다·뱃심·털털하다·하늘같다 ← 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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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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