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64


《朝鮮時調集》

 최영해 엮음

 정음사

 1946.



  스스로 노는 어린이는 놀이노래를 스스로 짓습니다. 가락도 말도 스스로 붙여요. 지난날 ‘오락실’이나 오늘날 ‘인터넷게임’을 하고 만화영화를 보는 어린이는 놀이노래를 스스로 안 짓습니다. 가락도 말도 ‘오락실이나 인터넷게임이나 만화영화를 만든 어른이 지은’ 대로 따라서 부르며 길듭니다. 제가 마을이며 골목에서 동무들하고 얼크러지며 뛰놀던 1980년대 끝자락까지 어디에서나 어렵잖이 어린이 스스로 지은 놀이노래를 들었으나, 어느새 이 놀이노래는 ‘골목놀이가 감쪽같이 사라져야 하’면서 나란히 사라졌습니다. 누가 가르쳐야 노는 아이가 아닌, 누가 알려줘야 노래하는 아이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면서 날갯짓하는 아이예요. 《朝鮮時調集》은 총칼에 짓밟히던 굴레에서 벗어나며 비로소 태어난 책입니다. 값지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 꾸러미에 담은 노래(시조)를 읽다 보면 어쩐지 삶하고 너무 동떨어져요. 아무래도 ‘시조’는 흙을 짓거나 삶을 짓거나 사랑을 짓는 수수한 자리가 아닌, 벼슬이나 임금 곁에서 맴도는 글이었으니까요. 우리는 총칼굴레에서 벗어난 뒤 ‘시골노래 모으기(농요·민요 채록)’나 ‘어린이 놀이노래 갈무리’를 안 했습니다. 더러 모으더라도 책으로는 거의 안 나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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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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