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춥지 않나요? : 고흥은 대단히 포근한 고장이지만, 이 포근한 날씨에도 사람들은 옷을 얼마나 껴입는지 모른다. 나는 한겨울에도 자전거를 타기에 옷차림이 가볍고, 으레 반바지를 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겨울에도 긴바지를 거의 안 꿴다. 긴바지는 발목 언저리가 톱니에 걸려 자칫 넘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톱니기름이 시커멓게 묻기 마련이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한겨울 이런 차림새를 보면서 “춥지 않나요?” 하고 묻지 않는다. 자전거 즐김이는 으레 “어디서 오셨어요?(어디부터 달려서 왔어요?)” 하고 묻고는 “어디로 가셔요?(어디까지 달려서 가세요?)” 하고 묻는다. 서로서로 자전거를 살피면서 튼튼한지 어디 풀리거나 느슨한 데가 없는지, 어떤 자전거를 타면서 어떤 바람을 가르는가를 헤아린다.
한겨울에 바람을 가르는 맛은 봄가을이나 여름하고 확 다르다. 오싹하면서 싱그럽게 얼어붙는 바람이란 온몸이 찌르르 새 기운을 퍼뜨리면서 팔다리를 가볍게 북돋운달까. 자전거를 달리는 사람더러 “춥지 않나요?” 하고 묻는 사람이란, 책을 읽는 사람한테 “따분하지 않나요?” 하고 묻는 셈이다.
우리가 서로 물어볼 말이라면 “즐겁지요?”이지 않을까? 한겨울에도 반바지차림으로 자전거를 달리며 바람을 가르는 즐거운 맛을, 아무리 두꺼워도 차근차근 읽어내면서 새롭게 삶을 노래하는 맛을.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해도 “그런데 안 추워요?”나 “그런데 안 힘들어요?” 하고 꼭 되묻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제는 “하하하! 참말 모르시네! 겨울에 반소매 반바지로 자전거를 달려 보시면 안당께!”라든지 “허허허! 참말 모르시네! 1000쪽쯤 되는 책이야말로 얼마나 신나는 이야기꽃인걸!” 하고 덧붙인다.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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