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오늘 읽기 2020.12.28.


《선물》

 김은미 글·그림, 백화만발, 2020.1.10.



오늘은 다리가 더 욱씬거린다. 서울말은 ‘욱신거리다’이다만, ‘욱신’만으로는 이 찌릿거림을 나타낼 길이 없으니 ‘욱씬’이라고 쓴다. ‘지릿·찌릿’처럼 ‘욱신·욱씬’으로 쓸 만하다. 자리에서 뒹굴며 온갖 생각을 한다. “난 욱신거리지 않아. 욱씬거린다구!” 같은 말을 읊는 꼬라지로 보니, 죽을 만큼은 아니요, 낱말책을 쓰는 사람이 맞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왜 일어났다가 다시 눕고, 또 일어났다가 새로 눕는지를 모른다. 누워도 욱씬대고, 서도 욱씬대지만 오래 누우면 등허리가 결리거든. 곁님이 아이들더러 말한다. “얘들아, 너희 아버지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안 해.” “그런가? 아버지가 아픈가?” “저 봐. 암말도 못하잖아. 너희 아버지는 아프면 아예 아무 말을 못해.” 그렇다. 가볍게 아플 적에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친다. 묵직하게 아플 적에는 끄응하며 지나간다. 그야말로 아파서 주저앉을 때에 이르러야 아이고 소리를 내며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면서 드러눕는다. ‘시니어 그림책 3’이란 머리말이 붙은 《선물》을 읽는데 굳이 ‘어르신 그림책’으로 안 갈라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그림책이란 모름지기 누구나 읽는 책이니, 할머니가 사랑할 그림책은 어린이도 사랑할 만하도록 엮어야 비로소 빛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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