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0.12.30.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사진을 알려면 말밑부터 살피고, 우리 스스로 사진을 어린이하고 시골사람한테 어떻게 들려주고 싶은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별이란 무엇이고 해랑 꽃이란 무엇일까요? 별·해·꽃을 알려면 말밑을 살필 뿐 아니라, 우리 마음으로 별·해·꽃을 품고서 삶·살림·사랑으로 녹여내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비로소 아이들이 받아들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어떤 사진이 있을까요? 이 나라 사진쟁이가 ‘사진’이란 말조차 안 쓰고 ‘포토’나 ‘아트’란 영어를 쓴 지 한참 됩니다. 스스로 삶자리를 잊거나 잃는 곳에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삶도, 살림도, 사랑도, 무엇보다 스스로 사람이라는 길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느껴요. 빛을 꽃으로 담는, 빛을 담아 꽃이 되는, 빛을 다같이 꽃으로 나누고 누리는, 이 사진이라는 숨결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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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말하지만, 행위예술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행위예술은 있되 살림하고 삶은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문명을 누리기만 할 뿐, 삶을 짓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삶을 짓지 못하니 삶을 들려주는 노래가 없습니다. 삶을 짓지 못해 노래가 없으니 싱그러운 꿈과 사랑을 짓지 못합니다. 싱그러운 꿈과 사랑을 짓지 못하니, 이 나라에서 수수한 시골살이를 노래하는 사진을 찍는 이도 나타날 수 없어요. 다른 나라로는 나가지요. 한국에 없는, 아니 한국에서 사라진, 아니 한국에서 우리 스스로 없앤 수수한 삶을 다른 나라에서 찾으려고 하지요. ‘지구별 두멧시골’을 찾아나섭니다. 티벳을 가고 몽골을 가요. 네팔을 가고 부탄을 가요.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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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꽃을 더 느끼고 싶다면 《내가 사랑한 사진책》(눈빛, 2018)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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