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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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57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김난주 옮김

 비채

 2020.10.26.



  《고양이를 버리다》(무라카미 하루키/김난주 옮김, 비채, 2020)는 글님이 아버지를 떠올리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어릴 적에 아버지하고 꽤 멀리 고양이를 버리러 갔는데, 막상 ‘버린 고양이’가 두 사람보다 집에 먼저 돌아왔다지요. 이다음으로는 글님 아버지가 싸울아비로 싸움터에 나가야 하던 일하고 얽힌 이야기를 몇 자락 폅니다. 다만 조금 건드리려다가 맺습니다. 왜 이야기를 하다가 뚝 자를까 싶지만, 글님 스스로 더 파헤쳐 보지 않았거나 그다지 더 쓰고 싶지 않았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책을 마무르는데, 딱 100쪽짜리 책이기도 해서 ‘뭔가 이야기가 제대로 깊이 나올 듯한 대목’에서 끝나기도  했지만, 줄사이가 띄엄띄엄이라 꽤 짤막한 글을 애써 책으로 묶었구나 싶더군요. 아버지 이야기를 하긴 해야겠는데 정작 하고 보니 그리 할 말이 없어서 어영부영 마무리를 보았달까요.


  이제 글님이 이녁 아버지 나이를 지나갈 텐데, ‘아버지가 살던 나이’를 살아낸 사람으로서 이러한 느낌이나 자취나 삶, 또 아버지가 어떤 싸움터에서 누구를 죽여야 하는 싸울아비였는가를 되새기는 마음, 그러한 싸움을 일으킨 일본이라는 나라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 그러한 일본이란 나라에서 나고자란 글님으로서 스스로 어제하고 오늘하고 모레를 어떻게 내다보는 ‘사내(글님이 아버지이든 그냥 아저씨이든)’로서 어떤 꿈이나 사랑을 품는가 같은 ……, 아무리 짧게 쓴 글로 책을 여미더라도 틀림없이 풀어놓을 이야기가 잔뜩 있을 텐데, 끓이다 만 된장국처럼 비릿한 맛입니다. 끝자락에는 ‘아버지를 바꾼 싸움판(태평양전쟁)’일 뿐 아니라 ‘어머니도 바꾼 싸움판’이라고 몇 줄 적을 듯하더니, 그렇다고 어머니 이야기로 더 잇지도 않아요. 밍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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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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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그 고양이를 계속 키우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집으로 돌아왔으니 키우지 않을 수 없겠지, 하는 체념의 심정으로. (16쪽)


그에게 물은 적이 있다. 누구를 위해서 독경을 하는 것이냐고. 그는 말했다. 전쟁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전쟁에서 죽은 동료 병사와 당시에는 적이었던 중국인들을 위해서라고. 아버지는 그 이상은 설명하지 않았고, 나도 그 이상은 질문하지 않았다. (18쪽)


혹시 아버지가 이 부대의 일원으로 난징 공략전에 참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오래도록 품고 있었던 탓에, 그의 종군 기록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보려는 결심이 좀처럼 서지 않았던 것이다. (41쪽)


학교 수업은 대부분 따분했고, 그 교육 시스템은 너무도 획일적이며 억압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아버지는 내게 만성적인 불만을 품게 되었고, 나는 만성적인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61쪽)


아버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쟁은 어머니의 인생 또한 크게 바꿔 놓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라고 할지, 내가 이렇게 여기에 존재하는 셈이지만.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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