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조촐한 것들이 - 내일을 여는 시 32
안준철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72


《세상 조촐한 것들이》

 안준철

 내일을여는책

 2001.5.25.



  열린배움터에서 가르치기에 글을 잘 쓰지 않습니다.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에서 가르치기에 글을 쓸 틈이 나지 않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움터에 일을 나가지 않아도 여느 삶자리나 마을에서 늘 가르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걸어다니면서도 쓰고,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쓰며, 아이들을 재우는 이부자리에서 한 손을 살며시 뻗어 몇 줄을 쓰고는 같이 잠들기 마련입니다. 《세상 조촐한 것들이》를 읽다가, 이 노래책을 여민 노래님이 2001년부터 스무 해가 지난 뒤에 이 노래책을 다시 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합니다. 스무 해 앞을 내다보면서 오늘 이야기를 오늘에 맞게 수수하게 풀어내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스무 해 앞서를 돌아보면서 오늘 이야기를 새롭게 엮는 길은 어디에 있나요? 노래님 글동무처럼 모두 비운 맨몸으로 멧골에 들어가 이레쯤 보내어도 좋으리라 생각해요. 글동무랑 나란히 멧골살이를 해도 좋겠지요. 버스에서 자리를 얻은 할머니는 어떻게 고맙다고 나타내야 할까 생각하다가 이녁 손으로 조그맣게 기운을 나누어 주려 합니다. 저도 이런 일을 꽤 겪었는데 “할머니, 그냥 제 기운을 더 받고 튼튼히 지내셔요” 하고 말했어요.



어느 날 시내버스 안에서 / 내게 자리를 양보 받은 할머니 한 분이 / 버스 손잡이를 잡고 있는 내 손을 / 슬그머니 어루만지시더니 / 손을 쥐었다 놓았다 하신다 (손/26쪽)


구례에 사는 박 선생에게 / 방학동안의 안부도 물을 겸 / 문학 모임 소식도 전할 겸 / 전화를 걸었더니 / 오늘 산에서 내려올 거라고 / 그의 아내가 내게 전해준다 / 산, 산에서 내려올 거라고 / 지금 그는 산에 있다고 / 어제도 그제도 / 산 속에 있었다고 / 오늘 내려올 거라고 (산/63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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