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0.12.24.
어릴 적에는 어버이나 어른한테 “크리스마스가 뭐야?” 하고 물었습니다. 어버이요 어른으로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아이들한테서 “크리스마스가 뭐예요?” 하고 묻는 말에 대꾸합니다. 어릴 적을 돌아보면 어른들은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하는지’만 알려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우리말로 하면 어떤 말빛’이 되는가를 풀어낸 분은 못 보았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리는 이웃나라를 보면 12월을 통틀어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보내더군요. 우리한테 12월은 ‘섣달’입니다. 그래서 요새는 “응, 크리스마스는 섣달잔치야. 이제 마지막으로 서지만, 새롭게 서기도 하는 이 섣달을 통틀어 잔치로 보내는 철이고, 이 가운데 으뜸날은 25일이라고 하지.” 하고 들려줍니다.
밭에서 파씨를 훑다가 작은 벌레를 봅니다. 작은 벌레는 내 손가락을 타고 빙글빙글 돕니다. 얼마나 작은지 여느 때에는 이런 벌레가 우리 집 밭에서 함께 사는 줄 알아챌 수 없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 작은 벌레는 틀림없이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는 목숨붙이입니다. 이 작은 벌레가 있어서 우리 집은 아늑하면서 따사로운 보금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미처 느끼지 못하더라도, 아직 알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더라도, 참으로 수많은 숨결이 내 곁에 머물면서 곱게 바람을 일으켜 준다고 느낍니다. 이러면서 생각하지요. 나는 내 곁에 있는 숨결한테 얼마나 싱그럽거나 하늘처럼 파란 바람과 같을까 하고요. (249쪽)
시골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스토리닷, 2016)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