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1.


《꿀벌》

 브리타 테큰트럽 글·그림/이정은 옮김, 키즈엠, 2016.4.8.



우체국에 가자고 생각하지만 몸이 무겁다. 이런 날은 등허리를 펴야 한다. 등허리를 펴며 ‘쉬다’라는 낱말을 한참 생각하다가 꿈을 꾼다. 우리 어머니하고 저자마실을 하는 꿈이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얼른 와. 얼른 가자.” 하고 말씀하는데 어머니는 이내 뒤에 처진다. “어머니, 얼른 가자면서요?” “그래, 그런데 좀 쉬었다 가자.” 꿈에 나온 어머니는 어느 콩비지가게에 들어간다. 콩비지를 한가득 장만한다. “여기가 싸고 좋아.” 그런데 콩비지가게 일꾼이 어머니한테 이죽거린다. 그 일꾼한테 다가서며 암말 없이 낯을 확 찡그렸더니 깨갱 하면서 달아난다. 이러고서 꿈을 깼다. 무슨 뜻일까? 그러나 ‘쉬다·쉼’이 무엇인가를 또렷하게 깨달았다. 숨을 쉴 틈이 있어야 하고, 숨을 쉴 틈을 두고서 일하거나 놀면 ‘쉽게’ 풀 수 있구나. 《꿀벌》이란 그림책이 아름답다. 아이들도 “이 그림책 좋네요.” 하고 말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꿀벌이며 말벌이며 무화과말벌이며 갖은 벌을 늘 집에서 마주하니까 더 펼치지는 않는다. 그래,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책이어도 눈앞에서 마주하는 벌이 가장 아름답겠지. 너희가 으뜸이다. 이 겨울에 우리 집 벌은 다 잘들 꿈나라에 갔을까? 새해 새봄에 만날 벌을 기다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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