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오늘말. 가볍다


밥을 가리면 몸에 안 좋다고 합니다. 고루 먹어야 좋다지요. 책을 가리면 눈길이 얕아지기에, 온갖 책을 두루 읽어야 좋다지요. 그렇지만 고루 먹거나 두루 읽더라도 ‘골라야’ 해요. 우리는 밥자리에서 즈믄 가지를 먹지 않아요. 가없이 태어나는 모든 책을 다 읽자면 터무니없이 바쁠 만하니,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뽑을 노릇입니다. 그냥 먹지 않고 이럭저럭 읽지 않아요. 마음대로 가되, 이 마음이 얼렁뚱땅이 아닌 즐거이 노래가 되는 길로 가도록 살며시 다독이면 된다고 느껴요. 문득 돌아보면서 넌지시 실마리를 풀면 넉넉하지 싶어요. 너무 많으면 그만 버려야 합니다. 고루 먹거나 두루 읽으려고 하다가 지나치게 쌓는 바람에 드러눕거나 아예 손을 뗄 수 있어요. 차근차근 가기로 해요. 수그리지도 젓지도 말고, 한숨이나 그늘이 아닌, 사뿐사뿐 마주하면서 살랑살랑 춤추는 몸짓이 되어 봐요. 가볍게 하기에 널리 맞아들일 만해요. 슬며시 다가가기에 처지거나 풀죽을 일이 없이 기지개를 켜는구나 싶어요. 우리가 아름길을 그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된다면, 우리가 쓰는 글 한 줄은 냇물이 되고 가람이 되어 바다로 뻗겠지요? 바다를 품는 글을 그립니다. ㅅㄴㄹ


가리다·고르다·골라뽑다·뽑다·그냥·그럭저럭·이럭저럭·마음대로·멋대로·제멋대로·함부로·아무렇게나·얼렁뚱땅·얼결·얼핏·마구·말없이·문득·어쩌다·넌지시·살짝·슬쩍·살며시·슬며시·가볍다 ← 임의, 임의의, 임의적


놓다·잃다·버리다·드러눕다·눕다·그만두다·그치다·멈추다·멎다·손놓다·손떼다·발빼다·처지다·없다·숙이다·수그리다·고개젓다·한숨·그늘·어둠·어둡다·멀거니·멍하니·풀죽다·힘빠지다·기운빠지다·힘없다·기운없다·등지다·등돌리다 ← 체념


가람글·글바다·바다글 ←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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