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5 아이말·할매말
말꽃을 짓는 길은 아이랑 할매를 보면 어림하기 쉽습니다. ‘어린이’는 배움터에 드는 나이요, ‘아이’는 아직 배움터에 안 드는 나이입니다. 이제는 가시내도 스스럼없이 배움터에 다니지만 지난날에는 가시내를 안 가르치려 드는 갑갑한 얼개였어요. 자, 봐요. ‘배움터에 들지 않거나 못한 아이하고 할매가 쓰는 말’은 더없이 쉬워요. 어렵거나 딱딱하거나 갇히거나 위아래를 가르는 말씨가 없습니다. 아이하고 할매는 책이 아닌 온몸에 아로새긴 삶을 일놀이로 그려요. 아이랑 할매는 낯선 살림을 만나면 말을 스스로 즐겁게 짓습니다. 남이 지어서 외우라고 시키는 말을 도무지 안 받아들여요. 저도 어릴 적에 그랬는데요, ‘자동차’ 아닌 ‘씽씽이’라 했고, ‘기차·열차’ 아닌 ‘칙폭·칙칙폭폭’이라 했습니다. 저만 ‘씽씽이·칙폭’을 쓰지 않았어요. 아이라면 으레 이런 말을 써요. 자, 더 생각해요. 아이 아닌 어른은 왜 ‘씽씽이’를 ‘자동차’를 풀어낼 우리말로 못 삼나요? ‘칙폭나루(←기차역)’나 ‘칙폭길(←선로)’처럼 쓸 만하지 않나요? ‘바람칙폭(←KTX)’처럼 써도 재미있어요. ‘따르릉·따릉’을 아이나 할매는 ‘전화·전화기’로 삼으니 ‘집따릉·손따릉·똑따릉·아침따릉·일따릉’처럼 써 봐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