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 When the Spring Wind Blows
한영수 지음, 버지니아 문.김수진 글 / 한스그라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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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사진책시렁 87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한영수 사진

 한선정 엮음

 한영수문화재단

 2020.12.1.



  딸기에는 여러 갈래가 있어요. 들에서 돋는 들딸이 있고, 멧골에서 자라는 멧딸이 있으며, 나무로 크는 나무딸이 있고, 섬에 섬딸이 있어요. 이 여러 딸(딸기)을 곁에서 한껏 누리고 싶어 밭자락을 일구니 밭딸이 마지막으로 있습니다. 빨갛게 익는 딸기를 흔히 누릴 텐데, 노랗게 익는 섬딸이 있습니다. 으레 열매만 누리지만, 잎도 향긋한 나물입니다. 봄날 딸기잎을 살살 씹어 본 적 있나요? 가을에는 멧자락을 물들이는 잎빛을 흔히 즐긴다는데, 겨울에도 덩굴잎이 듬직한 들딸은 겨울바람이 불면 그제서야 잎이 새빨갛게 물듭니다. 가을이 아닌 겨울에 마주하는 ‘새빨간 들딸잎’이에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는 치맛바람으로 삶을 짓는 사람들 삶자락을 한 칸 두 칸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은 맵시나는 치마를 두르고, 어떤 사람은 포대기나 처네에 아기를 품고서 살살 어르거나 저잣마실을 다녀오고 바깥일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갓지게 뽐내며 길을 걷거나 모래밭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어떤 사람은 새카맣게 탄 얼굴로 하루살림을 일굴 길장사를 합니다. ‘치마’라는 대목은 같아도 ‘삶’이라는 대목은 달라요. 이 다른 삶이 빛꽃으로 어우러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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