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2.
《땜장이 의사의 국경없는 도전》
김용민 글, 오르골, 2019.7.16.
무를 장만한다. 집으로 들고 오기까지 내 몫. 지난달에는 쉴틈이 없이 무를 손질해서 작은아이하고 석둑석둑 썰어 절인 다음 드러눕고서 한밤에 일어나 깍두기를 담갔다면, 오늘은 발을 씻고 물을 마신 다음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맡기기로 하고 자리에 누워 곯아떨어진다. 자다가 얼핏 소리를 들으니 북적북적 양념을 챙기고 재우는구나. 등허리를 잘 펴고서 일어난 때는 한밤. 한밤에 일어나 보니 통에 옮기지는 않았네. 주걱으로 슥슥 저어서 잘 섞이도록 한 다음 옮긴다. 이제 날이 차니 두 통은 바깥마루 밑에, 두 통은 헛간에 둔다. 《땜장이 의사의 국경없는 도전》을 작은아하고 읍내에 다녀오는 길에 읽었다. 얼추 50쪽에 이르기까지 심심한 글인데, 글에 힘을 쪼옥 빼고 쓰면 한결 좋았으리라 본다. 뒤쪽으로 갈수록 글맛이 살아나기는 한데, 조금 더 삶으로 깊이 파고드는 속내를 털어놓으면 더 나았으리라. ‘마음·생각·느낌’을 너무 누르거나 덜어냈다. 글이란 바로 이 세 가지 알맹이인데, ‘걸어온 자취’를 적는 일도 대수롭지만, 이보다는 그 길을 걸은 마음이며 생각이며 느낌을 스스로 새롭게 사랑으로 다독이기에 빛난다. 가만 보면 글은 이름값으로는 도무지 못 쓴다. 오롯이 스스로 살림하는 사랑일 적에 태어나는 글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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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