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8.


《푸른 돌밭》

 최정 글, 한티재, 2019.11.11.



어제 우체국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는 우체국을 참 오래 다녔다. 여덟 살 무렵에는 날개꽃(우표)을 장만하러 처음 다녔고, 어느새 돈을 맡겼고, 1994년부터는 혼자 엮어서 내놓는 글꾸러미(소식지·1인잡지)를 보내려고 드나들었다. 인천·서울·음성을 거쳐 고흥에서 우체국을 드나드는데, 고흥 우체국은 그 어느 고장보다 갑갑하다. 똑부러진 일꾼을 거의 못 본다. 그래도 그러께까지는 읍내에 똑일꾼이 한 분 있다가 어느새 떠났고, 면소재지에 한 분 남았다. 다른 일꾼은 영 시답잖다. 일머리가 서툴고 손님을 귀찮아하는 티가 풀풀 난다. 문득 생각한다. 이분들은 왜 시골일꾼으로 지내기를 싫어할까? 이분들한테 《푸른 돌밭》 같은 노래책을 건네고 싶다만, 어쩌면 아예 안 들출는지 모르겠다. 어떤 이한테 고흥처럼 두멧자락은 ‘일하기 아주 싫은 고장’일 테고, 어떤 이한테 고흥이란 두멧시골은 ‘이때 아니면 언제 이 두메에서 일하겠느냐’며 되레 반기며 별빛이며 숲빛을 누릴 곳일 테지. 바라보는 눈썰미를 가누는 길에 따라 스스로 삶을 바꾼다. “푸른 돌밭”을 찬찬히 일군 노래님은 썩 야물지 못한 손끝이라 하더라도 돌을 쓰다듬고 흙을 어루만지고 풀을 보듬으면서 어느새 한 톨 두 톨 노래씨앗을 골골샅샅 퍼뜨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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