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만큼 : 어릴 적부터 둘레에서 어른들은 으레 “땀흘리는 만큼 거둔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동무를 비롯해 숱한 어른들이 “땀을 옴팡 흘렸어도 손에 쥐는 보람이나 열매가 거의 없다시피 할 뿐 아니라, 통째로 빼앗기기까지 하는 일”을 수두룩히 보았다. 어른들한테 물었다. “땀흘리는 사람 따로, 단물 쪽쪽 빠는 사람 따로, 이렇지 않나요?” 이런 물음에 제대로 대꾸한 어른은 못 봤다. 참말 그렇다. 다들 고개를 휙 돌리거나 꿀밤을 먹였다. 이 나라 아름답다면, 이 나라가 올바르다면, 이 나라가 착하다면, 이 나라가 슬기롭다면, 이 나라가 참하고 상냥하다면, 이 나라가 어질다면, 이 나라가 고르다면, 이 나라가 멋스럽다면, 틀림없이 땀값대로 거두며 즐거우리라. 그러나 아무리 이 나라가 몹쓸짓 일삼는 이들이 벼슬이며 힘이며 돈이며 이름이며 거머쥔 채 끼리질을 일삼는다고 하더라도 ‘만큼’이라는 값을 흩뜨리고 싶지는 않다. 나는 “땀흘리는 만큼 거둔다”고 여기지 않는다. 나는 “사랑하는 만큼 누리고 나눈다”고 생각한다. 누가 보기에 내 모습이 “땀흘리는 모습”일는지 모르나, 나는 땀흘리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오직 오롯이 “사랑을 들이면서 즐겁게 일하고 놀고 춤추고 노래하려는 모습”으로 나아갈 뿐이다. 2003.12.3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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