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6.


《츠바메의 가위 1》

 마츠모토 스이세이 글·그림/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6.30.



드디어 마을 어르신 이름꽃(도장)을 받는다. 마을 어르신이 모인 곳에 가서 이름꽃을 받고서 술 한 모금을 받는다. 술이 모자라다는 말을 듣고 달림이를 타고서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우리 집 뒤꼍 땅을 사는 일이 열 해에 걸쳐 아직 끝나지 않는데, 거쳐야 할 길도, 써서 내야 할 글자락도, 다녀오며 받아야 할 이름꽃도, 치러야 할 돈도 수두룩하다. 뭐 천천걸음으로 갈밖에 없지. 느긋하게 챙겨서 하나씩 추슬러야지. 《츠바메의 가위 1》를 읽었다. 푸름이는 볼 만한데 어린이한테는 어떠려나 모르겠다. 모두 석걸음으로 마무리짓는 그림꽃책이니, 뒷자락을 보고서 생각해야겠다. 가위 한 자루를 쥐고서 꿈길을 걷는 아이는 다른 모습이나 몸짓은 바라보지 않는다. 오직 가위질로 다듬고 빛낼 머리카락을 바라본다. 마땅하지. 높은 일도 낮은 일도 없는걸.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지.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사랑을 꽃피울 일이면 넉넉하다. 스스로 즐겁게 눈을 반짝이면서 아름답게 누릴 하루이면 된다. 츠바메 아가씨는 가위라면, 나는 맨손이지 싶다. 맨손으로 아이들을 돌보았고, 책숲을 보살피고, 풀꽃나무를 쓰다듬고, 붓을 쥐어 노래꽃이며 글꽃을 여민다. 나는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밥을 차리고 바람을 살살 품으면서 삶을 짓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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