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48


《花の果實, 昆蟲の生活》

 恩田鐵彌·橫山桐郞

 アルス

 1927.12.3.



  어린배움터를 다닐 적에 풀꽃나무·나비·풀벌레·새를 보면 어김없이 둘레 어른한테 “와, 쟤는 뭐예요?” 하고 물었습니다. 이때 풀꽃나무·나비·풀벌레·새 이름을 또렷이 알려준 어른이 몇 분 있고, 거의 다 이름을 몰랐습니다. “왜 이름을 몰라요?” 하고 물으면 멋쩍게 딴청을 피우거나 “예끼 이놈! 어른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하고 다그쳤습니다. 열네 살이 되어 푸름배움터에 들어가고부터는 아무한테도 이름을 안 물었습니다. 배움터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는 어른치고 이름을 아는 이는 거의 없는 줄 알았거든요. 이름을 알아내려고 스스로 책을 파기로 했습니다. ‘日本兒童文庫 42’인 《花の果實, 昆蟲の生活》은 1927년에 나왔다고 합니다. 얼핏 본다면 이웃나라는 우리나라로 총칼을 들이밀면서 잘도 이런 어린이책을 냈네 싶지만, 벼슬꾼은 엉터리여도 길잡이나 어른 자리에 있는 이들은 ‘할 일을 똑바로 하려 했구나’ 싶어요. 어린이가 풀꽃이며 풀열매를 익히도록, 풀벌레나 잎벌레나 딱정벌레 한살이를 헤아리도록 북돋우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슬슬 풀꽃나무랑 풀벌레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 조금조금 나옵니다. 아직 좀 어렵게 다루는 틀에서 못 벗어나지만, 스스로 숲빛을 품으며 푸르게 피어나는 길을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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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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