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43
《博物誌》
르나아르 글
뽀나아르 그림
장만영 옮김
문원사
1959.
한 가지 책만 쓴 사람이 있기도 하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으레 여러 가지 이야기나 여러 갈래 책을 엮어내곤 합니다. 배움터에서는 여러 글님을 ‘아무개 책 무엇’으로 외우도록 시킵니다. 이렇게 외워야 물음종이(시험지)를 받을 적에 안 틀리거든요. 오늘날 배움터는 이 틀을 얼마나 깰까요? ‘글쓴이 + 책이름’을 외우도록 하기보다는 그 글님으로 글빛으로 나누려고 한 넋을 몇 마디라도 들려준다면 좋겠습니다. 《博物誌》를 처음 만나던 날, 《홍당무》란 책을 쓴 사람으로만 떠올리던 그분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아마 배움터 길잡이도 이분 삶자국을 몰랐겠지요. 배움책을 엮은 이들도 《博物誌》를 읽은 일이 없었을 수 있어요. 이 책은 《자연의 이야기들》이나 《뱀 너무 길다》란 이름으로 새로 나온 적이 있으나 이내 잊혔는데, 글을 쓰려면 들·내·숲·바람·바다·구름·풀·풀벌레·나무·눈비 들을 고루 살피면서 하나하나 마음에 담는 눈빛일 때에 아름다울 만하구나 하고 일깨웁니다. 곁에 있는 들꽃 이야기부터 써요. 오늘 본 구름 이야기를 적어요. 겨울날 찬바람과 여름날 더운바람 이야기를 그려요. 파리랑 모기 이야기도, 나비랑 참새 이야기도 오롯이 ‘이웃하는 마음’이 되어 노래해 봐요. 그러면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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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