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24.


《마치다 군의 세계 3》

 안도 유키 글·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7.5.15.



길고도 짧은 하루를 보냈다. 해가 떨어진 밤이 되어서야 숨통을 튼다. 새벽부터 글감을 여미었고, 아침에 작은아이하고 마을빨래터를 치웠고, 낮에는 뒤꼍 땅값을 사려고 치러야 하는 남은돈(잔금) 200만 원을 보냈고, 읍내 우체국 더하기 저잣마실까지 했으며,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곁밥 한 가지 마무리. 1초조차 쉴 겨를이 없이 보낸 하루는 그림꽃책 《마치다 군의 세계 3》을 곁에 두면서 푼다. 뒤꼍 74평을 드디어 우리 손에 품는 길이 열렸다. 열 해를 기다렸다. 땅임자 집안에서 ‘주민등록 말소’에 걸린 분이 있기에, 그 실타래를 풀기까지 기다렸으니 ……. 올해에는 어찌저찌 그 땅값 남은돈 200만 원도 어찌저찌 벌어서 모아 놓았다. 다 차린 저녁을 아이들이 누리는 소리를 귓결로 들으며 책을 보다가 까무룩 잠든다. 아무리 재미난 그림꽃책조차 고단한 졸음을 밀어내지는 못하는구나. 그래, 좀 누워서 쉬고서 다시 펴든 새 일감을 붙잡든, 오늘치 우리말꽃을 더 쓰든 하자. 별이 쏟아지는 밤에 마당에 살짝 서다가, 뒤꼍에 올라 맨발로 풀밭을 밟는다. 별바라기를 하는 이 땅을 누릴 수 있기에 오늘도 즐거이 보낼 만하다. 이 땅은 별을 비롯해 풀꽃도 나무도 넉넉히 품는 고마운 자리이다. 그래, 보금자리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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