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40


《닥종이 가족 : 김영희 민속인형》

 김영희 인형

 에드워드 김 사진

 월간디자인

 1981.5.10.



  어린배움터에서 길잡이로 일하는 아버지는 1980년대 어느 해에 제법 길게 ‘유럽 교육 배움마실’을 다녀오는 무리에 끼었습니다. 다른 고장 나들이를 한 해에 한 걸음 하기조차 만만하지 않은 판인 터라, 나라에서 돈을 대어 배움마실을 보내주는 그 일은 마을에서까지 들썩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가야 할 날이 닥치자 아버지는 “아, 우리나라를 알릴 마땅한 선물이 없네!” 하고 한숨지었습니다. 태극 무늬를 넣은 부채하고 겨레옷을 입은 인형을 어디에선가 꽤 비싸게 사오면서 “이거 사느라 돈이 더 들겠네.” 하시더군요. 막상 태극 무늬 부채를 쓰는 사람이 없고, 겨레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없으니, 그저 허울뿐이지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한테 우리다움이 무엇인가를 가르치거나 가꾸거나 물려주는 일도 참 보기 어려웠어요.  《닥종이 가족 : 김영희 민속인형》은 혼잣몸으로 아이를 돌보며 닥종이로 빚는 인형으로 수수한 삶과 살림과 슬기를 보여준 김영희 님 손빛을 보여줍니다. 임금·벼슬아치·먹물붙이가 아닌, 수수한 사람들 모습을 담은 인형은 거의 처음이었지 싶습니다. 이웃에서 만나고 스스로 살아가는 결을 드러내는 인형입니다. 흉내 아닌 제빛이에요. 먼발치를 헤맬 까닭이 없어요. 우리 모두가 우리 발자취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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