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7.


《읽는 직업》

 이은혜 글, 마음산책, 2020.9.25.



노랑나비를 만난다. 이 늦가을에 웬 노랑나비인가 하고 갸우뚱하다가 가만히 뒤꼍을 헤아리니 봄까지꽃·잣나물이 곳곳에 돋았다. 이 봄나물꽃이 돋았으니 작은 들꽃이 품은 꽃가루를 머금을 조그마한 나비가 나란히 깨어나서 팔랑춤을 선보일 만하구나 싶다. 조용히 왼팔을 뻗는다. 노랑나비는 내 팔 둘레를 살살 휘감는다. 잣나물을 넷 훑어서 네 사람이 하나씩 혀에 얹고서 씹는다. 늦가을에 누리는 늦가을풀 숨결을 받아들인다. 《읽는 직업》을 돌아본다. 책을 펴내는 곳에서 일하는 눈으로 엮은 이야기라고도 하겠지만, 글님이자 엮는님(편집자)이 조금 더 조그맣게 책을 펴내는 곳에서 일해 보았다면, 또는 혼자서 책을 펴내어 알리고 팔며 글님(작가)을 만나는 일꾼으로 지내 보았다면, 사뭇 다르구나 싶은 줄거리로 이 책을 내놓았겠지 싶다. 목소리란 누구나 내야 한다. 어느 곳에서도 목소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여긴다. 새삼스레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란 책을 맞대어 본다. 책이란 무엇이고 글이란 무엇일까? 팔리는 책하고 읽히는 글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글님이나 엮는님은 어느 고장 어느 마을에서 누구하고 살면서 책·글을 바라볼까? 글님도 엮는님도 아이 손을 잡고 숲에 맨발로 깃드는 눈빛으로 바람을 읽는다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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