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38


《轉換時代의 論理》

 리영희 글

 창작과비평사

 1974.6.5.



  ‘책낯을 종이로 싸서 가리기’는 책이 손때를 덜 타도록 간수하여 두고두고 아끼려는 뜻 말고 더 있었습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가 나라지기 노릇을 하던 무렵에는, 또 그 뒤를 이은 여러 나라지기가 있던 무렵에도, ‘책에 빨간띠’를 그어서 짓밟거나 억누른 줄 내내 몰랐어요. 배움터나 마을에서 이 대목을 알려주거나 가르친 일이 없으니, 여느 새책집만 다녀서는 알 길이 없겠지요. 덧배움(보충수업)을 몰래 빠져나와 헌책집을 드나들던 열아홉 살 무렵, 헌책집 지기한테 “저기 이 책은 왜 이렇게 겉을 가렸나요?” 하고 여쭈었어요. “아, 모르나? 잡아가잖아. 미친 나라이지. 책을 책으로 읽지 않으니. 경찰들이 한 해에 두 번씩 헌책방에 나와서 불온도서가 있는지를 살펴. 경찰은 한눈에 알 수 있거든. 그들이 와서 ‘이런 책 팔면 안 됩니다’ 하고 말해. 그러면 정중하게 ‘그 책을 읽어 보셨습니까? 이 나라가 정상으로 갑니까? 그 책을 제대로 읽어 보고 도리를 다하시기 바랍니다.’ 하고 말하지.” 책이름을 가린 《轉換時代의 論理》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책자취를 보니 ‘1975.7.1. 4판 1300원’으로 찍은 자리에 ‘1976.10.15. 6판 1700원’이라 찍은 종이를 덧대었네요. 뭐, 워낙 살림값이 치솟긴 했다지만 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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