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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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41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고정순

 만만한책방

 2020.10.12.



  가랑잎이 구릅니다. 나무는 가랑잎을 떨구면서 새잎을 내놓습니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로 꿈꾸는 나무가 있고, 겨우내 푸른잎을 더욱 짙푸르게 빛내면서 숲이며 보금자리를 포근히 감싸는 나무가 있어요. 나무 곁에 서서 묻습니다. “너는 어떤 사랑으로 우리 곁에 있니?” 나무는 파르르 춤추며 속삭여요. “나는 너희가 길어올리는 사랑을 그대로 온몸으로 나눈단다.”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는 얼핏 죽살이를 다루는 듯하지만, 곰곰이 보면 그린님 이야기로구나 싶습니다. 그린님이 어른이란 몸을 입고 살아가기까지 둘레에서 들려준 말이며 보여준 몸짓이며 부대끼도록 이끈 길을 갈무리했구나 싶어요. 그린님이 꽤 벅찬 가시밭길을 걸으셨나 보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퍼뜩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떠나 보셔도 좋겠어요. 시골이 아닌 숲으로, 놀이손님으로 가득한 바닷가가 아닌 하늘빛을 닮은 너른 바다로, 잿빛덩이(시멘트)로 덮은 냇가가 아닌, 멧새가 노래하는 골짜기로, 가만히 나들이를 떠나고, 삶터를 옮기고, 바람을 한껏 쐬면 좋겠습니다. 삶에는 삶이 있습니다. 삶이 저무는 길에는 이 땅에 내려놓고 흙으로 돌아가는 씨앗이라는 넋빛이 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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