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순 나의 그림책방 1
고진이 지음 / 딸기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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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39


《섭순》

 고진이

 딸기책방

 2020.8.17.



  이름은 오롯이 사랑을 담아서 지을 노릇입니다. 사랑을 담아 짓지 않을 적에는 이 이름을 부를 적마다 사랑 아닌 미움이나 싫음처럼 슬프거나 아픈 기운이 스며요. 사랑으로 짓지 않은 이름이라면 멍울이나 생채기처럼 씁쓸하거나 괴로운 빛이 깃들고요. 그런데 아무리 사랑 아닌 눈빛으로 지은 이름이라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삶을 가꾸고 노래하고 짓고 돌보고 아낄 적에는 ‘처음에 사랑이 안 담긴 채 붙은 이름’이어도 시나브로 ‘새롭게 피어나는 꽃 같은 사랑’이 되곤 합니다. 왜 지난날 아버지나 할아버지란 이들은 ‘또순·막순’이라든지 일본 이름을 흉내낸 ‘-자(子)’ 같은 이름을 붙여야 했을까요? 어느 할머니는 ‘쌍년’이란 이름을 받은 채 살아오셨던데, 딸한테 이런 이름을 붙인 분도 나중에는 스스로 울었을까요? 《섭순》에 나오는 할머니는 아이한테 꽃을 심고 가꾸는 손길이며 눈길을 물려줍니다. 아이는 할머니한테서 꽃내음이며 꽃빛을 이어받습니다. 할머니는 어떻게 이처럼 꽃다운 손짓이며 눈망울일 수 있을까요? 할머니는 어떤 이름이기에 이렇게 아이를 아끼며 고이 품는 넉넉한 가슴이 되었을까요? 할아버지도 꽃할배가 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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