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 - 노창재 시집 문학의전당 시인선 217
노창재 지음 / 문학의전당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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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63


《지극》

 노창재

 문학의전당

 2015.11.4.



  꽃을 보기에 꽃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꽃을 말합니다. 바람을 쐬기에 바람이네 하고 느끼면서 바람을 말하지요. 빨래를 하기에 빨래이지 하고 헤아리면서 빨래를 말합니다. 아기를 안기에 아기로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아기를 말합니다. 살아가기에 느끼고, 느끼기에 생각하며, 생각하기에 말합니다. 이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우리는 누구나 얼마든지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책을 여밀 만합니다. 《지극》을 읽으며 노래님이 바라보고 느끼는 결에 흐르는 빛을 생각합니다. 이러한 빛은 어떠한 글자락으로 담아내 볼 만할까요? 이러한 빛은 ‘문학·시·문장’으로 담아내면 좋을까요, 아니면 ‘삶·사랑·살림’으로 담아내면 좋을까요? 어려울 일도 쉬울 일도 없어요. 오직 삶입니다. 힘들 일도 가벼울 일도 없어요. 늘 사랑입니다. 먼 일도 가까운 일도 없지요. 한결같이 살림입니다. 삶자리에서 바라본 길을 글로 옮기면 좋겠습니다. 사랑터에서 나눈 하루를 글로 담으면 좋겠습니다. 살림집에서 도란도란 지은 꿈을 글로 펴면 좋겠습니다. 삶이 아닌 문학으로 기울면 어쩐지 겉치레 같습니다. 사랑이 아닌 시를 쓰면 어쩐지 꾸민 티가 납니다. 살림 아닌 문장을 생각하면 어쩐지 겉돌다가 끝납니다. ㅅㄴㄹ



개울에 비친 모래알이 너무 고와서 / 한 아이가 저도 모르게 손을 담갔습니다 / 누가 볼록렌즈를 얹었을까요 / 아이의 손등으로 수천의 물길이 생겼습니다 (버들치/30쪽)


꽃씨 하나씩 가두어 / 물이 걸어갑니다 / 물 모서리 뒤로 새순이 자욱합니다 / 순한 계절을 데려다 놓았습니다 / 하늬, 바람이 불어 / 숲이 넘칩니다 (꽃잎열쇠/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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