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날씨가 나를 맞춘다 : 가을로 접어들면 “춥지 않아요?” 하고 묻는 분이 많다. “왜 추워야 해요?” “네? 왜 추워야 하느냐고요, 아니 옷이 얇아 보이는데 안 추워요?” “그러니까 옷이 얇든 두껍든 왜 추워야 해요?” “…….” “저는 바람이랑 해랑 눈비를 넉넉히 맞아들이고 싶은 차림새로 다니려 해요. 그리고 겨울이라서 춥거나 여름이라서 덥지 않아요. 스스로 춥다고 여기는 마음이니 추위를 끌어당기고, 스스로 덥다고 여기는 생각이니 더위가 찾아들어요.” “…….” “저는 추워 할 까닭도 더워 할 까닭도 없어요. 그저 해를 먹고 바람을 마시면서 제 넋이 입은 옷인 이 살갗으로 날씨랑 철을 누리려고 해요. 제가 날씨한테 맞춰 가야 할 일이 없어요. 날씨가 저한테 맞춰야지요.” “어, 어…….” “날씨는 있잖아요, 우리가 티없이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는 대로 흘러요. 우리 마음에 티끌이 낀 채 날씨한테 대꾸해 봤자 날씨는 콧방귀만 뀌어요. 그렇지만 우리 마음이 고요하면서 환한 사랑빛이 되어 즐겁게 물결치면, 우리한테는 추위나 더위란 없이, 철 따라 다른 바람결에 햇볕에 빗물에 눈송이가 가만가만 찾아들어 우리 몸을 북돋아 준답니다.” 2020.10.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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