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37


《人間의 壁 中編》

 石川達三

 육순복 옮김

 보성사

 1962.3.1.



  스물다섯 살 무렵일 즈음, 군대도 다녀오고 책마을 일꾼으로 지내다가 어느덧 어린이말꽃(어린이 국어사전) 엮음이로 일할 때, 인천 배다리 헌책집 아주머니가 “그런데 자네 《인간의 길》이라는 책 읽어 봤나? 다른 책도 많이 읽는 줄 알지만, 그 책부터 좀 읽어 보면 어떨까?” 하셨어요. 요새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인간의 길》은 열 자락으로 나온 꽤 긴 책이요, 일본이 여러 나라를 짓밟을 적에 ‘그 일본이란 나라에서 태어난 멍울과 생채기’를 붙안는 사람이 어떤 마음앓이를 치르는가를 담습니다. 그런데 헌책집지기 말씀을 잘못 알아듣고 《인간의 벽》이란 책을 찾아서 읽었지요. 이러고서 “이 책 말씀하셨지요? 참 아름답던데요?” 하니 “아니, 난 ‘벽’이 아니고 ‘길’을 말했는데 …….” “네? 어, 다른 책이 있나요?” “그래, 그런데 ‘벽’도 ‘길’처럼 아름다운 책이지.” 책이름을 잘못 알아듣고서 ‘이시카와 다쓰조(1905∼1985)’를 만났어요. 책이름을 제대로 들었다면 아마 못 만났거나, 한울림에서 1984년에 새로 옮긴 책이나, 양철북에서 2011년 다시 옮긴 책을 만났겠지요. 1965년 일이 있기 앞서까지 아름다운 일본 글이 이 나라에 무척 많이 나왔다가 1980년에 이르도록 꽉 막혔어요. 갑갑한 나라였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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