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34


《자전거 B.전문가》

 이방황 글·사진

 이방황

 2019.11.25.



  어린이일 적에는 달림이(자전거)를 타고서 배움터를 다닌다는 생각을 아예 못 했습니다. 배움터에는 달림이를 둘 자리가 없었을 뿐더러, 제 달림이가 멀쩡할 턱이 없으리라 여겼어요. 푸름이일 적에는 걸으면서도 책을 읽고 살던 터라 자전거를 달릴 겨를이 없고, 새뜸(신문)을 돌리는 곁일을 할 적에는 두 다리로 달렸어요. 스무 살부터 새뜸돌리기(신문배달)를 밥벌이로 삼으며 달림이는 저한테 새로운 다리가 되었습니다. 비눈바람 모두 거뜬히 맞아들이며 즐거웠어요. 《자전거 B.전문가》를 보면서 ‘B.전문가’도 ‘A.전문가’도 ‘C.전문가’도 아닌 ‘꽃달림이’나 ‘노래달림이’나 ‘바람달림이’로 지내면 더없이 즐거울 텐데 하고 생각합니다. 잘 타야 하지 않아요. 멋있게 달려야 하지 않아요. 오래 달려야 하지도 않고, 늘 달려야 하지도 않습니다. 오늘을 사랑하고 온몸을 아끼며 이 땅을 돌보고픈 눈길이며 손길이며 발길이면 넉넉하다고 여깁니다. 한겨울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달림이를 몰면 “안 추워요? 보기만 해도 추운데?” 하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만, “같이 달려 보시겠어요? 달려 보시면 안 추워요. 땀이 신나게 흐르지요. 재미있어요.” 하고 대꾸합니다. 두 다리를 잊거나 멀리하면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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