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33


《싸우는 아이》

 손창섭 글

 새벗

 1989.12.30.



  푸름이일 적에는 몰랐지만, 책을 내놓은 사람이라면 으레 ‘글을 숱하게 고칩’니다. 책이 나왔어도 고치지요. 이를 따박따박 밝히기도 하지만 굳이 안 밝히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책짓기를 잘 모르던 어린 나날에는 ‘책으로 나올 때까지 손질이 안 끝날 수 있나?’ 하고 여겼으나, 막상 글을 써서 책을 내는 자리에 서고 보니 ‘책이 나오기 무섭게’ 손보고 싶은 데가 보이기 마련이더군요. 출판사에 꾸러미를 넘길 때에는 그때까지 익힌 가장 빛나는 글일 테지만, 그 뒤 책이 나오는 사이 새로 익히고 가다듬은 삶이 있으니 ‘조금 더 보태거나 덜면 좋겠는걸’ 싶은 데가 보이기 마련입니다. 최인훈 님이 《광장》을 숱하게 고쳐썼대서 헌책집을 뒤지며 갖은 판을 챙겨서 읽었으나 엇비슷하더군요. 이녁 글손질은 겉멋 같았습니다. 이와 달리 《잉여인간》을 쓰기도 한 손창섭 님은 조용히 이 나라를 떠나고 붓까지 꺾으셨는데, 어쩜 이리 빛나는 속살림이 흐르나 싶어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글이 쉬웠고 어린이한테도 글을 남겼지요. 손창섭 님 동화는 뒤늦게 책으로 나왔고, 2001년에 ‘우리교육’에서 새옷을 입혔습니다. 의젓하게 살도록, 스스로 사랑하도록, 눈치 아닌 마음을 보며 꿈꾸도록 글빛을 가꾸셨더군요. 고마운 글어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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