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다르지만 같은 별빛을 (2019.1.29.)

― 서울 〈메종 인디아〉



  우리는 다른 하늘을 이고 살까요? 어쩌면 그럴는지 모릅니다. 저는 인천이란 고장에서 태어났는데, 까마득히 어린 날에는 가파른 골목마을 조그마한 쪽집 한켠에서, 조금 자란 일곱 살부터 바닷가 작은 집에서, 열일곱으로 접어들 무렵에는 제법 큰 잿빛집에서 살았습니다. 인천은 뚝딱터(공장)도 많고 서울로 가는 빠른길이 한복판을 가로질러요. 하늘이 참 매캐하지요. 그런데 작은아버지 사는 서울에 이따금 마실하고 보면 인천하늘은 꽤 맑은 셈이더군요. 그럭저럭 별이 조금 보이거든요.


  스물한 살에 강원도 양구 군대에 가며 ‘쏟아지는 별’을 새롭게 보았습니다. 열 살 무렵 충청도 당진 어머니 시골집에서 본 ‘쏟아지는 별’ 못지않은 별잔치요 미리내였습니다. 가만히 하늘을 보면 별똥이 숱하게 떨어져 “뭐야? 별똥 보며 꿈을 빌라더니, 뭔 별똥이 이렇게 많이 떨어져? 떨어지는 별똥만큼 꿈을 다 빌어도 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군대를 마치고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며 ‘별 없는 밤’을 보냈습니다. 하늘에 별이 안 보이니 밤새 ‘책을 곁에 두며’ 살았어요. 서울사람이 예나 이제나 책을 가장 많이 읽는데, 아무래도 별 없는 서울에서는 책에서 별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책에서 헤아린 별을 조금씩 마음으로 옮겨 눈을 감고서 고즈넉히 사랑빛바라기로 가면 좋을 테고요.


  2019년에 태어난 노래꽃책(동시집)을 놓고서 〈메종 인디아〉에서 책수다를 마련합니다. 느즈막한 겨울밤에,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도란도란 모인 분들이 반갑습니다. 밤하늘에 틀림없이 별이 가득해도 불빛하고 자동하고 잿빛집이 가로막은 밤빛일 텐데, 《우리말 동시 사전》이랑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같은 책을 서울에서 같이 읽어 보면서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숲내음이 피어나는 살림길이 될 만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습니다. 몸이 푸르기에 마음이 푸르기도 하지만, 마음이 푸르기에 몸이 푸르기도 해요. 마을이 온통 숲이니 보금자리가 숲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보금자리를 숲으로 가꾸면 마을도 어느새 숲이 됩니다.


  책 하나는 대수롭지 않으면서 대단해요. 아주 조그마한 책이기에 콩알만 한데요, 이 콩알 한 톨이 흙에 깃들어 무럭무럭 자라면 하늘까지 뻗는 ‘콩나무’도 되잖아요? 잭만 콩나무를 타고 하늘에 가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우리도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보면 좋겠어요. 스스로 아름답게, 스스로 눈부시게, 스스로 해맑게, 스스로 꽃빛이 되도록, 하루를 가꾸면 좋겠습니다. 시골로 떠나야 푸른길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나 푸른눈에 푸른넋이라면 누구나 푸른숨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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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울다》(거수이핑/김남희 옮김, 잔, 2018)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레이프 에스페르 안데르센 글·울리치 뢰싱 그림/김일형 옮김, 보림,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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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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