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혼자서 - 윤동희 산문집
윤동희 지음 / 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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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32


《좋아서, 혼자서》

 윤동희

 달

 2019.12.30.



출판사 문학동네의 브랜드로 시작한 북노마드는 계열사로 승격했고, 2016년 1인 출판사로 독립했다. 모기업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했다. 수억 원이 들어갔다. 괜찮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날의 보상으로 여겼으나 곧 후회했다. (10쪽)


나는 왜 일을 하는 걸까. 성공하고 싶어서? 성장하고 싶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그렇지 않다. 지나치게 애쓰지 않았다. 그저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학교에 다녀야 하고, 취업해야 하고, 일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보! 나는 바보였다. (13쪽)


나는 내 아이의 아기 시절을 실시간으로 목격하지 못했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지 않았다. 지금도 그 시간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타깝다. 모든 시간이 소중하지만 가장 아까운 시간이었다 … ‘북노마드’를 시작한 이유는 하나. 딸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아침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지 딸아이의 시간에 맞출 수 있어서였다. (20쪽)



《좋아서, 혼자서》(윤동희, 달, 2019)를 읽는다. 글쓴님은 문학동네에서 따로 연 작은 출판사를 이끄는 몫을 하다가, 이곳을 따로 사들여 홀로서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 일도 있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그동안 땀흘려 일군 책이 그곳에 있으니 사들일 수도 있는데, 이보다는 그 밑돈으로 아예 새롭게 출판사를 차려도 될 만하지 싶은데 하고 생각해 본다. 혼자서 가는 길이라면 더 홀가분히, 좋아서 가는 길이라면 더 가볍게 나아갈 적에 그야말로 “좋아서 혼자서”가 될 테니까.


적잖은 사내는 그냥 사내일 뿐 ‘아버지’가 아니기 일쑤이다. ‘아버지’는 어버이 노릇을 하는 사내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다. 곁사내라서 아버지가 되지 않는다. 글쓴님 스스로도 밝히지만 기저귀를 간 적이 없는 사람은 아버지일 수 없다. 기저귀를 간 적이 없다면, 빨래를 한 적도 없다시피 하겠네 싶고, 밥짓기라든지 비질이나 걸레질도 거의 모르겠네 싶다.


아무래도 집 바깥에서 돈을 버는 일을 한다면 집살림이나 집일은 모르지 않겠나. 더더구나 ‘기저귀 갈기’란 종이기저귀일까, 천기저귀일까? 기저귀를 갈지 않았다면, 아기한테 젖을 먹이는 일도 안 했을 텐데, 젖떼기밥을 어떻게 먹이는지, 아기에서 아이로 흐르는 사이에 수저를 어떻게 쥐도록 이끄는지, 아이한테 걸음마를 시키고, 아직 다릿심이 모자란 아이를 안고 업고 챙기면서 저잣마실을 하거나 바람을 쏘이는 나날이라든지, 아이가 말을 익히도록 ‘어른끼리 쓰는 일본스러운 인문학 한자말’이 아닌 ‘삶에서 묻어난 살림말을 부드러이 들려주고 노래를 함께 부르고 춤을 신나게 추면서’ 자장자장 재우는 하루도 모르겠구나 싶다.


글쓴님은 손수 쓴 책에서 이 대목을 얼핏 밝히는데, 이마저도 안 밝히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요새는 ‘글쓰는 사내’뿐 아니라 ‘글쓰는 가시내’도 집살림이나 아기돌봄을 잘 모른다. 그렇다고 이런 분들이 나쁘거나 잘못이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어른도 될 수 있고 어버이도 될 수 있으며 그냥그냥 철없는 아이로 될 수 있다. 언제까지나 어린이로 노래하는 삶도 재미있다. 굳이 모든 길을 다 치르거나 겪어야 하지는 않는다.


그럼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사랑으로 돌보면서 함께 사랑으로 새꿈을 그리면서 노래하는 살림길을 걷지 않고서 ‘페미니즘’이라든지 ‘진보’라든지 ‘생태환경’ 같은, 또 ‘문화예술’이나 ‘인문철학’ 같은 이야기를 섣불리 안 하면 좋겠다.


힘들구나 싶으면 안 해도 되지만, 적어도 달포쯤은 천기저귀로 똥오줌을 가리도록 해보는 살림은 치러내야지 싶다. 벅차구나 싶으면 안 해도 되지만,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서 저잣마실을 다녀오고 밥을 차려서 먹이는 집일을 달포쯤은 해봐야지 싶다.


왜냐하면, 요새는 다들 혼씽씽이(자가용)을 몰면서 다니지만,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씽씽이를 몬 사람은 드물었고, 한두 다리 앞서 이 나라 거의 모두라 할 어머니는 두 팔과 두 다리로 아기를 낳아 사랑으로 돌보면서 말을 가르쳤고 걸음마랑 노래를 물려주었으며, 오롯이 피어나는 웃음꽃을 보여주었으니까. 좋아서 그 길을 가기에 이웃을 바라보면 좋겠다. 혼자서 그 길에 서기에 둘레를 헤아리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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