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82


《임금님과 명궁, 신한새싹만화상 현상공모전 수상작 모음집》

 백우근과 스무 사람 글·그림

 박성희 엮음

 신한은행

 1993.11.25.



  삐삐가 나오고 손전화가 나오며 셈틀이 차근차근 자리를 잡을 무렵, 아직 ‘우리만화’는 일본만화에 잡아먹히지 않았습니다. 일본만화 줄거리나 얼거리나 그림결을 흉내내거나 베끼는 일이 흔했지만, 이 땅에서 흐르는 수수한 삶을 만화로 새롭게 옮겨서 이야기를 짜는 분이 많았습니다. 1993년에 신한은행이 밑돈을 대어 꾀한 ‘신한새싹만화상 현상공모전’은 바로 만화님 스스로 두 손으로 그림을 빚되, 두 발로 이 땅을 디디며 살아가는 하루를 담아내는 이야기를 펴도록 북돋우려는 길이었습니다. 1993년 첫 해에는 ‘백우근’ 님을 비롯해 ‘조남준·홍승우·이우일·오영진’ 같은 분이 뽑히지요. 1994년 이듬해에는 ‘유승하’ 님이 으뜸이 되고, 1995년 그다음해에는 ‘최호철’ 님이 으뜸이 됩니다. 우리만화를 북돋우려고 꾀한 이 자리는 꽤 많은 젊은 만화님을 찾아내는 밑돌이 되었고, 적잖은 분은 오늘까지도 꾸준히 만화를 그립니다. 다들 쉽게 잊기 일쑤인데, 붓을 쥐든 셈틀을 다루든 ‘손’으로 합니다. 어떤 연모를 손에 쥐든 우리가 온몸으로 맞아들인 삶이 있어야 이야기를 지어서 그려냅니다. 손이 없이 그리지 못하고, 삶이 없이 담지 못합니다. 2020년을 지나가는 우리만화를 돌아보면 어쩐지 손도 발도 없는 듯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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