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몇 사람만 : 몇 사람만 듣더라도, 몇 사람이 들은 이야기는 씨앗으로 깃들어, 두루두루 퍼지리라 생각한다. 숱한 사람이 듣더라도, 숱한 사람들마다 반드시 이야기가 씨앗으로 깃들어서 두루 퍼지지는 않는다. “더 많이 들으면 좋을 텐데” 하면서 아쉬워한다면, 이 아쉬운 기운을 씨앗으로 심는다. “다른 사람이 많이 와서 듣기”를 바라지 말고, 오늘 이곳에 있는 ‘내’가 즐겁게 듣고서 이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씨앗을 차곡차곡 심어서 둘레에 고루 흩뿌려 주면 된다. 아직 몇 사람만 알아보고 읽어서 아쉽게 여길 책이 틀림없이 많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 몇 사람만 알아보고 읽은 아름다운 책”이라는 생각이 아닌, “오늘 내가 즐겁게 알아보고 읽으며 아름다운 삶이라는 씨앗을 마음에 심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둘레에 기쁘게 알려주면 된다. 더 많이 읽어 주어야 할 책이 아니다. 더 적게 읽어도 될 책이 아니다. 마음자리에 생각을 새롭게 지필 씨앗을 심도록 북돋우는 책이면 즐겁다. 우리는 ‘빨리읽기·깊이읽기·두루읽기·많이읽기’ 모두 아닌 “즐겁게 읽기”를 하고서 “즐겁게 나누기”를 하면 된다. 이 책길이라면 아름답다. 2001.10.31.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