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4 모두 읽는다



  말꽃을 쓰려면 모두 읽습니다. 말꽃에 실을 낱말은 하나도 못 가려요. ‘이 낱말은 마음에 드니 올리고, 저 낱말은 마음에 안 드니 뺀다’는 일을 안 합니다. 말꽃지음이는 ‘좋고 싫고’를 가릴 수 없습니다. 아니, 가려서는 안 되지요. 말꽃지음이는 ‘깨끗하고 더럽고’도 가릴 수 없습니다. ‘옳고 그르고’조차 가릴 수 없어요. 모든 말을 오롯이 바라보고 그대로 느끼며 고스란히 담아낼 노릇입니다. 따라서 말꽃지음이한테는 어떠한 ‘종교나 철학이나 주관이나 사상이나 계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이러한 갈래를 하나라도 품으려 하다가는 그만 말꽃이 뒤틀리거나 비틀려요. 말꽃지음이는 성경도 불경도 꾸란도 읽습니다. 말꽃지음이는 책도 읽고 살림도 읽고 숲도 읽고 아이도 읽고 사랑도 읽으며 나라도 읽고 온누리(우주)도 읽는데다가, 마음이며 생각도 읽고 풀꽃나무도 읽고 풀벌레랑 새랑 구름이랑 빗방울이랑 눈송이까지 읽습니다. 하나도 안 가리고 다 읽기에 말꽃을 씁니다. 자, 보셔요. 바퀴벌레를 읽어야 ‘바퀴벌레’를 고스란히 다루어 싣겠지요. 지네도 지네대로 읽어야 ‘지네’를 꾸밈없이 실을 테고요. 무엇이든 읽고 헤아려서 그 이름을 얻어 낱말이 된 살림·목숨·이야기·삶을 차근차근 풀어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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