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반지레


무엇을 하든 틀을 짭니다. 틀은 눈에 보이도록 짜기도 하고, 마음으로 짜서 생각을 펴기도 합니다. 집을 지으려고 밑틀을 짭니다. 글을 쓸 적에도 밑그림을 그려요. 모든 곳에는 밑이 있어요. ‘밑’이 없다면 아무것도 못 올립니다. 위아래라고 하는 자리로만 바라볼 ‘밑’이 아닌, 든든하게 받치면서 무럭무럭 크도록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밑틀을 짜기보다는 허울을 내세우는 일이 있어요. 한낱 종이쪽을 흔들면서 겉치레를 펴기도 합니다. 껍데기로는 삶이 안 되는데, 겉발림으로는 살림하고 등지는데, 입발림으로는 어떤 사랑도 피어나지 않는데, 그만 반지레한 겉얼굴을 씌우는 일이 있습니다. 그만 꾸미면 좋겠어요. 눈속임은 걷어치우고 시늉도 걷어내며 번지르르한 모습이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길을 가면 좋겠습니다. 참말을 하고 참뜻을 밝히기를 바라요. 즐겁게 살아갈 길을 알리고, 서로 노래하는 자리를 외치면 좋겠습니다. 값을 매기기보다는 즐거이 받으면서, 기쁘게 하면서, 우리가 나누는 말 한 마디마다 눈부신 숨결이 흐르도록 하면 좋아요. 아름다이 말하니 아름다이 춤추는 이야기가 우리 곁에서 하늘하늘 흐드러집니다. ㅅㄴㄹ


틀·틀거리·말·말잔치·허울·종이쪽·겉치레·껍데기·겉발림·입발림·겉핥기·겉훑기·꾸미다·눈속임·눈가림·시늉·번드레·반지레·반지르르·번지르르 ← 요식행위(要式行爲)

말·말하다·뜻·밝히다·알리다·이르다·외치다·매기다·받다·하다 ← 선고(宣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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