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4.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다카야나기 사치코 글·그림/김경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9.4.19.



고흥으로 자전거를 들고 돌아온 이튿날, 바로 작은아이하고 들길을 달린다. 살살이꽃이 반긴다. 피었다가 바싹 마른 깨꽃이 향긋하게 손짓한다. 살살이꽃에 손을 대면 살살이꽃내음이 퍼지고, 깨꽃을 만지면 깨꽃냄새가 번진다. 꽃은 어디에서나 꽃이다. 꽃집이 있어야만 꽃이 아니다. 들이고 골목이고 마을이고 숲이고 어디이고 꽃이다. 마당하고 밭이고 논둑이고 꽃이다. 우리가 꽃을 마주할 줄 안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꽃노래가 되리라.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를 천천히 읽는다. 일본에서 사는 이웃님이 보내 주었다. 한글책을 일본에서 받다니! 이 책을 보낸 일본 이웃님은 일본판을 엮은 분이라는데 그분이 보기에 한글판이 한결 곱게 나온 듯하다고 글월을 적으셨다. 그렇지만 일본판도 매우 곱다고 생각한다. 나는 ‘빨간머리 앤’이 꽃을 사랑하고 숲에 안겨서 꿈꾸는 아이라서 반긴다. 앤은 숲에서는 숲아이가 된다. 앤은 숲 밖에서는 어쩐지 앤다워 보이지 않는다. 큰고장 아닌, 또 마을조차 아닌, 고즈넉하면서 아늑한 숲자락이야말로 앤을 앤답게 키운 삶터이지 싶다. ‘빨간머리 앤’을 읽는 분들이 ‘앤이 꽃순이+숲아이로 노래한 날갯짓’을 눈여겨보면서 우리 삶터를 모두 꽃숲으로 가꾸는 길로 나아간다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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