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사전 짓는 책숲 2020.10.22. 자전거를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자전거를 고흥에서는 못 고칩니다. 고흥 자전거집은 자전거를 팔거나 구멍때움은 할는지 몰라도, 어긋나거나 망가진 데를 고치는 손길이 없어요. 가까운 순천에서는 자전거 손질을 하는 데가 있나 어림하다가 외려 자전거가 단단히 망가졌습니다. 만질 줄 모르면 못 만지다고 하면 될 텐데, 왜 엉터리로 만져서 망가뜨릴까요? 그 엉터리 자전거집에 잘잘못을 따지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못 알아먹겠다고 느꼈고, 그쪽에 품이며 돈이며 겨를을 쓰기 싫어요.


  그래서 망가진 자전거를 접고 동여매었고, 택시를 불러 읍내로 싣고 간 다음, 시외버스 짐칸에 실어 서울로 가고는, 전철을 갈아타서 서울 망원역 둘레에 있는 단골 자전거집까지 찾아갔습니다. 자전거집 지기님은 두 시간에 걸쳐 크게 손보고 톱니랑 연모를 갈아서 다시 이 자전거가 달릴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올해로 열여덟 해째 달리는 노란 자전거인데요, 그동안 이분이 틈틈이 손봐 주셔서 여태 튼튼하고 멀쩡히 달립니다. 그러게요, 글을 쓰건 집일을 하건 책을 짓건 자전거를 다루건, 우리 스스로 ‘살림하는 꽃’일 적에 아름답고 야무지며 든든한데다가 미더운 사이가 됩니다. “그깟 자전거, 새로 사지, 뭘 그렇게 돈이며 품을 들여서 먼데까지 다녀오며 고쳐?” 하는 분이 꽤 있습니다.


  저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러게요, 그런데 지난 열여덟 해에 그 자전거를 손질하는 데에 든 돈은 30만 원쯤입니다. 그때에 헌것으로 130만 원을 주고 샀는데, 좋은 자전거를 틈틈이 손보고 가꾸면서 오래오래 달리면 이 자전거 하나로 앞으로도 즐거울 테고, 딱히 헌쇠(고철)도 안 나올 테고, 나중엔 이 자전거를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도 있답니다.” 하고 대꾸해요. 저는 적어도 스무 해를 내다보고서 이 노란 자전거를 장만했습니다. 처음 살 적에 든 값에 꾸준히 손질하며 들어갈 값을 ‘한 달에 1만 원’으로 치고 스무 해를 어림했지요. 이렇게 치면 되게 값싸게 좋은 자전거를 장만한 셈일 테지요?


  앞으로 스무 해를 더 달리면 ‘한 달 오천 원 또는 삼천 원’으로 좋은 자전거를 달릴 수 있는 셈이 되리라 봅니다. 아무 책이나 읽는다면 ‘아무개’가 되고, 아무 말이나 할 적에도 ‘아무개’가 되듯, 아무 자전거나 사서 쓰면 그야말로 헌쇠만 잔뜩 나오며 이 푸른별이 나란히 망가지리라 느껴요. 오늘 우리가 곁에 두는 책을 스무 해나 마흔 해 뒤에도 곁에 둘 수 있을 만하기를 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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