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15.


《숲 속에서》

 클레어 A.니볼라 글·그림/김기택 옮김, 비룡소, 2004.8.9.



가을에 비는 어떤 빛일까. 아직 더 집이며 숲이며 마을을 보송보송 말려 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늘에 대고 한다. 비는 느즈막이 뿌리면 좋겠다는 뜻도 하늘을 보면서 밝힌다. 해바라기로 춤을 추고, 구름바라기로 노래를 한다. 오늘은 이따금 실비가 흩뿌리다가 사라진다. 작은아이하고 읍내를 다녀오려는데 시골버스는 또 안 온다. 얼핏 ‘이 지긋지긋한 고흥이라니!’ 하고 내뱉을 만하다만, “보라야, 오늘도 버스가 안 오네. 이 사람들은 도무지 안 바뀌는구나.” “그러면 다음에 가지요.” 하고 말하며 잊기로 한다. 툭하면 안 오는 이 시골버스를 놓고 군청에 따져 본들 보름이나 한 달쯤 먹히고, 그 뒤로는 똑같다. 《숲 속에서》를 돌아본다. 굳이 버스를 안 타도 될 삶을, 애써 읍내이고 서울이고 다녀올 볼일이 없어도 될 하루를, 조용하면서 즐겁게 숲살림을 가꿀 나날을 헤아려 본다. 그리 멀잖은 지난날, 고작 백 해 앞서까지만 해도 우리는 다들 저마다 제 삶자리에서 사투리를 다 다르게 쓰면서 조용조용 신나게 잔치도 하고 두레나 품앗이나 울력도 하면서 잘 살았다. 벼슬아치하고 임금 탓에 들볶이기는 해도, 어린이는 신나게 놀고 어른은 기쁘게 일하던 터전이었지. 숲을 밀어 서울·큰고장이 자꾸 늘어나니 삶이 메마르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