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무엇이고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글을 쓰는 길’을 놓고서
조금 더 부드러이 밝히려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같은 때에는
서로 만나기 어려운 만큼,
이렇게 누리판에서 누리집에 띄우는 글로,
이야기를 엮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갈무리하고서
《나는 글쓰는 사람입니다》란 이름을 붙여
‘글을 쓰는 길’ 이야기를
책으로 여미려고 생각합니다.
즐거이 누려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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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글쓰기
[나는 글쓰는 사람] 4. 좋아하지 않으면
저는 책을 좀 읽는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많이 읽는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모로 일거리가 많고, 집살림이랑 아이를 지켜보는 하루가 있기에, 책은 으레 꼬랑지 자리예요. ‘좀 읽는 책’이라면 한 해에 즈믄(1000)을 가볍게 넘깁니다. ‘많이 읽는 책’이라면 한 해에 골(10000)을 거뜬히 넘기겠지요.
아무튼 종이꾸러미는 이쯤 읽는데, ‘책을 좀 읽었’기에 좋거나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책을 이웃보다 한결 잘 알아본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좋은 책을 찾고 싶다면 마음에 “아, 오늘은 좋은 책을 만나고 싶어” 하는 생각을 심어요. 훌륭한 책을 만나고 싶으면 마음에 “음, 오늘은 훌륭한 책을 사귀고 싶어” 하는 생각을 심고, 아름다운 책을 곁에 두고 싶을 적에는 “그래그래, 오늘은 아름다운 책을 곁에 두겠어” 하는 생각을 심지요.
우리는 늘 스스로 찾는 대로 찾아냅니다. 스스로 찾으려는 마음이 없다면 언제나 못 찾아요. 스스로 무엇을 찾고 싶은가 하는 마음이 없을 적에는 마땅히 아무것도 못 찾습니다. 옛말에 “업은 아기를 허둥지둥 찾는다”고 했고 “파랑새는 우리 집 마당에서 산다”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든 이웃나라에서든 ‘코앞’에 있을 뿐 아니라 ‘품’에 안았으면서도 ‘마음이 없는 몸’일 적에는 하나도 못 알아보는데다가 값어치조차 헤아리지 못한다고 이야기했어요.
흔히들 “좋은 책을 어떻게 찾아요?”라든지 “좋은 책 좀 알려주셔요!” 하고 묻습니다만, 이렇게 물을 까닭이 없어요. 좋은 책을 찾고 싶으면 스스로 ‘좋은 마음’으로 바꾸면 됩니다. 스스로 좋은 마음으로 바꾸면 우리 눈길은 언제나 좋은 눈길이 되고, 우리 손길이며 발길은 좋은 손길에 발길로 거듭나거든요. 쪽종이에 책이름을 몇 가지 적어 놓고서 책집에 찾아가는 손님은, 언제나 ‘쪽종이에 적은 책이름’만 바라보고 그쳐요. 둘레에 아름책이 잔뜩 있어도 못 보고 못 느낍니다.
글길이란, 글을 쓰는 길이란, 언제나 마음길이면서 삶길이에요. 어떤 마음인가요? 글을 쓰면서 좋아하는 마음인가요? 글을 쓰면서 사랑하는 마음인가요? 글을 쓰면서 아프거나 눈물짓는 마음인가요? 어떤 마음이어도 돼요. 우리는 어떤 글이든 다 쓸 만해요. 때로는 기쁜 이야기를 쓰고, 때로는 아픈 이야기를 쓰며, 때로는 벅찬 이야기, 때로는 시린 이야기, 때로는 괴로운 이야기, 때로는 놀라운 이야기, 때로는 꿈같은 이야기 …… 그야말로 우리 스스로 마음에 심은 그대로 다 씁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해요. 사랑하지 않으면 품지 못해요. 즐기지 않으면 어우러지지 못해요. 노래하지 않으면 그리지 못해요. 춤추지 않으면 헤아리지 못해요. 하나씩 생각해 보기로 해요. 무엇을 좋아하나요? 무엇을 좋아하고 싶나요? 내 나름대로 좋아하는 길을 느끼거나 찾았다면, 이다음을 생각해 봐요. 어떻게 사랑하고 싶나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사랑인가요? 사랑은 어디에서 샘솟거나 흐르나요?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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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좋아하는 길로 가되, 마침내 이를 곳은 사랑하는 꿈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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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