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덮죽, 나들꽃 : ‘덮밥’이란 이름이 처음 태어나서 차츰 퍼지다가 확 자리잡을 무렵을 떠올린다. 그때 적잖은 분들은 ‘덮밥’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말짓기라고, ‘밥덮’처럼 써야 올바르다고, 이런 말짓기 때문에 우리말이 망가지리라 여겼다. 여러 어르신이나 학자나 전문가나 지식인이 말하는 ‘밥덮’이 옳고 ‘덮밥’은 틀리다는 이야기를 곰곰이 들으면서, 난 좀 다르게 생각했다.


여러 어르신이나 학자나 전문가나 지식인하고 함께 그 낱말을 놓고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저기요, 말얼개나 우리 말씨로 헤아리자면 틀림없이 어처구니없는 말짓기인데 말예요, ‘밥덮’보다 ‘덮밥’이 소리내기에 더 좋구나 싶어요. 제가 혀짤배기에 말을 좀 더듬기도 해서, 조금이라도 소리내기 어려우면 혀에 안 붙더라구요. 그리고 ‘덮밥’처럼 새롭게 말을 지어서 쓸 수 있다는 재미난 얼거리를 젊은 사람들이 엮어냈다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요?” 하고 말씀을 여쭈었다.


스물 세 살 즈음 된 젊은이(나)가 이렇게 말하니 그 자리는 한동안 얼어붙었다. 이러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밥덮·덮밥’ 이야기는 안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2020년 10월, ‘포항 덮죽’을 놓고 이 이름을 훔쳐쓴 무리 이야기가 불거진다. 쓸쓸하다. 그러나 우리 삶터가 그렇잖은가? 조금이라도 돈이 되겠구나 싶으면 슬쩍해 버린다. 제 앞주머니를 챙기려고 이웃이고 동무이고 없는 판이 오늘날 이 나라이다. 대학입시를 보라. 고등학교를 다니는 푸름이는 대학입시를 앞두고 ‘동무 아닌 경쟁자’만 생각해야 한다. 온나라가 서로돕기나 어깨동무 아닌 ‘나 혼자 살아남기’로 흐른다. ‘덮밥’을 넘어 ‘덮죽’으로 나아가고자 땀흘린 포항 그 밥님은 얼마나 고달팠으면서도 기쁜 나날이었을까. ‘덮죽’이란 이름도 상큼하면서 멋스럽다.


2020년 10월 9일 저녁, ‘나들꽃’이란 이름을 문득 지어 보았다. 숲에서 어린이·푸름이하고 마음밭 살찌우는 길을 나누려고 하는 분들한테 ‘숲나들꽃·숲노래뜰’ 같은 이름을 지어서 건네었다. ‘나들꽃’이란 이름을 문득 지어 보고 나니, 매우 마음에 들어, ‘힐링투어’라든지 ‘치유여행’ 같은 말씨를 ‘나들꽃’으로 담아내어도 좋겠구나 싶고, ‘여행’이란 말부터 ‘나들꽃’으로 담아내면 어울리겠네 싶더라.


이 나라는 틀림없이 아귀다툼판이라고 느끼지만, 이 아귀다툼판에 ‘사랑잔치’를 열면 좋겠다. 이웃이 지은 멋스럽고 알차며 땀내음 물씬 밴 이름을 훔치지 말고, 이웃이 이름을 짓기까지 애쓴 눈빛을 헤아려 우리 나름대로 새 이름을 즐겁게 지어서 말꽃이며 삶꽃이며 생각꽃을 지피기를 빈다. 2020.10.11. ㅅㄴㄹ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