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25
《느티나무》
오수 기획
황재모 그림
최금락 글
서울문화사
1997.6.28.
‘오수’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온 《천재들의 합창》은 동무들이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만화가 썩 재미없더군요. 그즈음 널리 사랑받은 “천사들의 합창”이란 연속극이 있는데, ‘천사’를 ‘천재’로 바꾸어 ‘학교살이’에서 우당탕 부대끼는 모습을 그리는 줄거리는 안 내켰어요. 가만히 돌아보면, 1988∼1990년에 다닌 중학교는 몹시 고단했어요. 이름은 중학교이되 어른들은 날마다 푸름이를 두들겨패거나 손지검을 하거나 막말을 퍼부었고, 또래는 날마다 주먹다짐으로 시끌시끌했습니다. 허울은 ‘학교’이되 그야말로 ‘미친싸움터’이자 ‘바보불구덕’이었어요. 삶자리에서 학교살이는 끔직한데 만화책에서 학교살이를 재미나게 그린다니, 너무 두동지고 뜬구름이지 싶더군요. 1995년 11월에 군대에 가서 1997년 12월에 마쳤습니다. 이동안 나온 책은 하나도 몰랐는데, 겨우겨우 하나하나 찾아내어 읽다가 《느티나무》를 보았고, 이 만화책으로 ‘오수’라는 이름으로 만화를 그린 두 분 손길을 새롭게 되새겼어요. 느티나무를 둘러싸고 시골 조그마한 배움터에서 마음으로 아끼는 어른하고 어린이 살림을 웃음꽃이랑 눈물꽃으로 그렸거든요. 그런데 이 만화 겉에 ‘18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빨간딱지를 붙였으니 나라가 미쳤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