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 말꽃은 혼자 쓴다



말꽃은 혼자 씁니다. 둘이나 셋도 아닌, 넷이나 다섯도 아닌, 언제나 혼자 쓰는 꾸러미입니다. 말꽃 같은 책을 혼자 쓴다니 언뜻 ‘뭇눈(객관)’을 못 담는다고 여길 만하지요. 그런데 말꽃을 둘이나 여럿이 쓰면 엇갈리거나 흔들려요. 말꽃은 낱말 하나를 풀이하고 보기글을 달며 보탬말을 붙이면서 끝나지 않아요. 비슷하면서 다른 말을 한덩이로 묶어서 서로 어떻게 비슷하면서 다른가를 다루기에 말꽃입니다. 말꽃을 여럿이서 쓴다면 비슷하면서 다른 말을 한덩이로 못 묶기도 하지만, 끝없이 겹말풀이·돌림풀이가 되고 맙니다. 이 때문에 말꽃이라고 하는 꾸러미가 ‘뭇눈(객관)’을 담도록 하자면 언제나 한 사람이 쓰는 길을 가지요. 다만, 말꽃이라고 하는 꾸러미를 한 사람이 쓰되 뭇사람(모든 사람)이 이 꾸러미에 담기거나 깃들 낱말풀이랑 보기글이랑 보탬을 살펴봅니다. ‘지은이(편찬자)’는 한 사람이되, ‘살핌이(감수자)’는 적어도 즈믄 사람인 꾸러미가 말꽃이에요.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르게 살림을 지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말꽃 하나를 놓고 여러 다른 눈길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어요. 말꽃지음이는 이 뭇말을 골고루 듣고 찬찬히 받아들여서 손질하고 가다듬고 추스르고 고치고 보탭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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