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3.


《귓속에서 운다》

 이창수 글, 실천문학사, 2011.6.27.



무화과나무 옆으로 무너진 돌담을 뒤늦게 알았다. 언제 무너졌을까? 무너진 자국을 보아하니 올여름에 끝없이 비가 내리던 즈음 무너졌지 싶다. 우리 집에서 보는 쪽이 아닌 옆밭에서 보는 쪽으로 돌담이 무너진 터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대로 두면 안 되기에 무너진 데를 더 살피고 긁어낸다. 밑돌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고서 든든하게 받치는 자리가 있는 데부터 새로 쌓는다. 그저 돌을 옮기고 되쌓는 일이라지만 담돌은 안 가볍다. 집안일도 하고 여러모로 다른 일이 수두룩하니 너무 힘을 빼지 말자고, 서두르지 말자고 생각하며 차근차근 되쌓기로 한다. 《귓속에서 운다》를 장만해 놓고 거의 세 해 만에 읽었다.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글쓴님이 들려주려는 노래에는 글쓴님 어떤 삶이 묻어날까? 우리 터전은 늘 달라진다지만 모든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으리라. 삐삐부터 손전화에 이르기까지, 또 끝없이 거듭나는 셈틀하고 누리그물을, 누구는 발빠르게 누구는 더디게 따라간다. 가시버시가 어깨동무하는 길을 놓고도 나날이 나아지지만 여태 제자리걸음인 고장이나 집도 많다. 2011년 글을 2020년에 바라보며 생각한다. 스스로 사랑하는 눈길이라면 예전이든 오늘이든 ‘화냥질’ 같은 낱말을 입에 올릴 일이 없지 않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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