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사전 짓는 책숲 2020.10.5. 피멍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무너진 돌담을 쌓다가 묵직한 돌에 찍혀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에 조그맣게 피멍이 들었습니다. 바늘을 달구어 바로 구멍을 뚫고 까만 핏물을 빼내자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바늘을 들고 콕콕 쑤시는데 깊이 넣지 못합니다. 작은 피멍을 다스리려는데 왜 움찔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군대에서 훈련하며 발바닥에 생기는 물집이며 피멍을 낮이고 밤이고 스스로 터뜨리고 동무나 윗사람 물집이나 피멍도 잘만 터뜨리고 고름이랑 피를 짜내 주었는데, 왜 이제는 이렇게 덜덜대나?’ 하고도 돌아봅니다. 피멍을 안 뚫고 안 짜낸 채 하루를 보내니꽤 욱신거립니다. ‘따끔할 뿐이잖아? 뚫고 보면 따끔하지도 않잖아?’ 하고 여기며 저녁에 비로소 구멍을 여럿 내어 손톱으로 밀어 까맣게 죽은 피를 짜냅니다. ‘아, 이 느낌 오랜만이네.’ 손발에 생긴 피멍에 구멍을 뚫고 손톱으로 밀어 까만피를 짜내면 한참 얼얼하거든요. 사전이란 책을 쓰자니 무엇이든 겪거나 치르거나 해보면서 배운다지만, ‘피멍 짜기’는 굳이 또 겪어 보고 싶지 않습니다. 몸을 잘 돌보고 아껴야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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