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22


《週刊朝鮮》 819호

 최병렬 엮음

 조선일보사

 1984.11.11.



  겉그림에 ‘상해서 은퇴선언한 박찬숙 선수’를 담은 《週刊朝鮮》 819호를 넘기는데, ‘신간 안내’를 보니 《分斷을 넘어서》(리영희, 한길사, 1984)를 다룹니다. 조선일보에서 어떻게 리영희 님 책을 다루는지 알쏭합니다. 리영희 님이 그동안 낸 여러 책은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나쁜책(불온도서)’으로 못을 박았거든요. 설마 나쁜책을 다루는 잡지이니 《주간조선》도 ‘나쁜잡지’인 셈은 아닐 테지요. 터전이 튼튼하면 마을도 집도 사람들도 튼튼할 테지요. 터전이 안 튼튼하면 마을도 집도 사람들도 흔들릴 만합니다. 그러나 터전이야 이러하거나 저러하거나 사람들 스스로 튼튼할 뿐 아니라 아름답고 사랑스레 하루를 지을 수 있어요. 스스로 눈을 뜨면 튼튼하면서 아름답지요. 스스로 눈을 감으면 안 튼튼하면서 안 사랑스러워요. 지난날 숱한 붓자락은 어떤 길을 걸었을까요? 예전에 온갖 붓자락은 어디에서 춤추면서 무엇에 눈감고 어느 대목을 부추겼을까요? ㅈㅈㄷ이라서 나쁠 까닭은 없습니다. ㅈㅈㄷ이 아니면서도 이 나라 어둠에 눈감는 붓이 있어요. ㅈㅈㄷ을 나무라면서 외려 이 나라 수렁·쳇바퀴·뒷질·막짓에 눈감는 붓도 있습니다. 착하면서 참다이 눈을 뜨고서 흙을 매만지는 손길로 붓을 쥘 노릇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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