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마음다리 : 얼굴이나 목소리를 모르는 채 마주하는 누리그물인데, 지난날에 종이에 이야기를 담아 주고받던 손글월도 얼굴이나 목소리를 모르는 채 마주하던 마음이다. 손에 쥐어 읽는 책도 매한가지이지. 글쓴이를 만난 사람도 있을 테지만, 글쓴이를 만난 적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 글쓴이를 본 적이 있더라도 스스럼없이 이웃이나 동무가 되어 조곤조곤 깊고 넓게 이야기를 펴 본 사람은 드물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웬만한 자리에서 ‘모르는 사람’하고 어울린다. ‘아는 사람’하고 어울려 일하는 일은 드물다. 글을 써서 내놓든, 책을 묶어 펴내든, 살림을 지어 팔든, ‘우리를 아는 사람’보다는 ‘우리를 모르는 사람’이 마주하기 마련이다. 모르는데 어떻게 글이며 책이며 살림을 주고받을까? 아무래도 마음이 다리가 되어 만나기 때문이지 싶다. 스스로 북돋우고 서로 살찌우고픈 즐거운 숨결을 바람 한 줄기에 얹어서 글이나 책이나 살림으로 띄워 보내는 셈 아닐까. 2020.10.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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